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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
00:00:09,400 --> 00:00:10,280
아빠?

4
00:00:10,800 --> 00:00:11,680
응?

5
00:00:12,640 --> 00:00:14,240
여기 있어?

6
00:00:14,320 --> 00:00:15,320
응

7
00:00:20,080 --> 00:00:23,400
"1993년 6월 16일"

8
00:00:23,480 --> 00:00:29,320
아빠, 엄마 그림 그리는 거
도와줄 수 있어?

9
00:00:30,800 --> 00:00:32,800
앨릭스, 아빠 봐

10
00:00:32,880 --> 00:00:35,600
나쁜 아저씨를 봤을 때
아빠처럼 앞에 있었어?

11
00:00:35,680 --> 00:00:38,320
아니면 이쪽이나 저쪽?

12
00:00:38,400 --> 00:00:41,040
- 앞에 있었어
- 바로 앞에 있었구나?

13
00:00:41,120 --> 00:00:43,280
- 응
- 엄마가 아저씨를 봤어?

14
00:00:44,760 --> 00:00:46,360
못 봤을 거야

15
00:00:46,440 --> 00:00:48,320
못 봤다고? 네가 먼저 봤어?

16
00:00:49,520 --> 00:00:51,440
응, 내가 먼저 봤어

17
00:00:52,560 --> 00:00:54,440
가방을 들고 있었니?

18
00:00:55,240 --> 00:00:56,080
응

19
00:00:56,160 --> 00:00:58,400
그 아저씨가 열었어
아니면 이미 열려 있었어?

20
00:00:58,480 --> 00:00:59,400
그 아저씨가 열었어

21
00:00:59,480 --> 00:01:00,800
뭘 꺼냈는데?

22
00:01:00,880 --> 00:01:02,000
칼

23
00:01:02,080 --> 00:01:03,240
너한테는 뭘 했어?

24
00:01:03,320 --> 00:01:05,200
- 날 밀었어
- 밀었다고?

25
00:01:05,280 --> 00:01:06,240
응

26
00:01:06,320 --> 00:01:09,360
나쁜 아저씨가 엄마를 찔렀어

27
00:01:09,440 --> 00:01:10,760
뭘로 찔렀는데?

28
00:01:10,840 --> 00:01:12,880
칼, 이게 그 아저씨 칼이야

29
00:01:13,400 --> 00:01:14,480
네가 봤어?

30
00:01:15,280 --> 00:01:16,600
응, 칼 있는 거 봤어

31
00:01:16,680 --> 00:01:18,120
전부 다 봤니?

32
00:01:19,400 --> 00:01:21,840
봤어, 전부 봤어

33
00:01:25,080 --> 00:01:27,640
제 아들은 어머니의 살해 장면을
직접 목격했습니다

34
00:01:28,880 --> 00:01:30,680
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몰랐죠

35
00:01:30,760 --> 00:01:34,560
그 범인을 찾기까지
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요

36
00:01:34,640 --> 00:01:40,800
"레이첼 니켈 살인 사건"

37
00:01:50,320 --> 00:01:55,000
"1년 전"

38
00:01:55,760 --> 00:02:00,200
"사우스런던"

39
00:02:10,800 --> 00:02:13,680
그게 뭐야?

40
00:02:13,760 --> 00:02:16,080
- 카메라지
- 왜?

41
00:02:16,600 --> 00:02:18,000
네 사진 찍으려고

42
00:02:19,560 --> 00:02:20,600
안아 주네

43
00:02:24,440 --> 00:02:26,400
우린 핥는 거 별로야
그렇지, 앨릭스?

44
00:02:29,080 --> 00:02:31,920
레이철과 앨릭스는
서로에게 전부였어요

45
00:02:32,560 --> 00:02:35,320
레이철의 세상은
앨릭스를 중심으로 돌아갔죠

46
00:02:37,400 --> 00:02:39,320
앨릭스는 화려한 것엔
전혀 관심이 없었어요

47
00:02:39,400 --> 00:02:40,240
"앤드리 핸스컴"

48
00:02:40,320 --> 00:02:42,480
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좋아했어요

49
00:02:42,560 --> 00:02:45,120
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
소박한 순간을요

50
00:02:46,720 --> 00:02:51,520
레이철은 사소한 것들에서도
행복을 찾는 사람이었거든요

51
00:02:52,640 --> 00:02:54,240
너무 기대된다

52
00:02:56,040 --> 00:02:57,360
자야지

53
00:02:57,440 --> 00:03:00,840
몰리를 살살 쓰다듬으렴
같이 누워서 쓰담쓰담해

54
00:03:02,760 --> 00:03:06,800
당시 저는 오토바이 배달 기사로
주 5일 일하면서

55
00:03:07,320 --> 00:03:09,520
전국을 오갔어요

56
00:03:12,320 --> 00:03:15,560
그날도 출근하려고
오토바이를 꺼내는데

57
00:03:17,480 --> 00:03:20,960
인사를 마친 앨릭스랑 레이철이
다시 얼굴을 비추고

58
00:03:24,440 --> 00:03:28,600
계단을 내려와 손을 흔들었어요

59
00:03:30,080 --> 00:03:31,640
그게 마지막 기억이에요

60
00:03:31,720 --> 00:03:35,240
계단 위에 손잡고 서서
둘이 웃어 주던 모습요

61
00:03:35,320 --> 00:03:38,920
앨릭스는 편안해 보였고
레이철은 사랑스럽게 웃고 있었죠

62
00:03:41,240 --> 00:03:43,520
"1992년 7월 15일"

63
00:03:43,600 --> 00:03:47,360
그날도 둘은
윔블던 코먼으로 향했어요

64
00:03:49,400 --> 00:03:52,200
윔블던 코먼은
언제나 안전한 곳이었고

65
00:03:52,840 --> 00:03:56,680
앨릭스는 강아지만큼이나
뛰어놀아야 하는 애였어요

66
00:03:56,760 --> 00:03:59,160
안 그럼 넘치는 에너지를
주체하지 못했거든요

67
00:04:04,800 --> 00:04:06,680
그날 저는 런던에 있었고

68
00:04:07,440 --> 00:04:09,520
변두리로 배달을 나갔어요

69
00:04:16,320 --> 00:04:18,120
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라

70
00:04:18,200 --> 00:04:22,680
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를 걸어
집에 잘 있는지 확인하곤 했죠

71
00:04:26,640 --> 00:04:28,520
그날 아침 잠시 멈춰

72
00:04:28,600 --> 00:04:30,640
공중전화를 찾아

73
00:04:31,520 --> 00:04:32,800
전화를 걸었어요

74
00:04:42,720 --> 00:04:44,480
근데 웬 남자가 받더군요

75
00:04:45,120 --> 00:04:47,080
그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어요

76
00:04:47,800 --> 00:04:50,840
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걸
바로 직감할 수 있었거든요

77
00:04:53,680 --> 00:04:55,400
남자는 본인이 경찰이랬어요

78
00:04:55,920 --> 00:04:57,360
그래서 레이철의 행방을 물었더니

79
00:04:58,040 --> 00:05:00,000
사고가 있었다고 했어요

80
00:05:00,080 --> 00:05:03,080
레이철이 죽었냐고 물으니까
그건 말해 줄 수 없다길래

81
00:05:03,600 --> 00:05:04,680
이미 한 거나 다름없댔죠

82
00:05:11,440 --> 00:05:13,600
그러고 앨릭스가
어디 있는지도 물었어요

83
00:05:15,640 --> 00:05:18,160
앨릭스는 안전하게
병원에 있다더군요

84
00:05:20,600 --> 00:05:23,600
저보고 그 자리에 있으라며
경찰이 데리러 갈 거랬어요

85
00:05:23,680 --> 00:05:26,960
그렇게 전화를 끊자마자
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죠

86
00:05:30,160 --> 00:05:32,760
앤드리, 지금 당신 배만 나와

87
00:05:32,840 --> 00:05:33,960
정지시켜 봐

88
00:05:34,680 --> 00:05:36,680
엄마, 내가…

89
00:05:38,360 --> 00:05:41,200
무슨 말인지 모르겠어

90
00:05:41,280 --> 00:05:42,440
방금 거 좋았다

91
00:05:42,960 --> 00:05:44,120
- 좋아?
- 응

92
00:05:45,280 --> 00:05:46,800
그날을 기점으로

93
00:05:46,880 --> 00:05:49,720
세상에 대한 믿음이
완전히 깨져 버렸죠

94
00:05:50,240 --> 00:05:54,960
그땐 거의
미쳐 버리기 직전이었어요

95
00:06:07,080 --> 00:06:09,080
1992년 7월 15일

96
00:06:09,160 --> 00:06:10,520
신고가 들어왔어요

97
00:06:10,600 --> 00:06:14,320
강아지를 산책시키던 행인이
시신을 발견했다는 신고였죠

98
00:06:17,240 --> 00:06:18,640
"론 턴불
과학 수사관, 런던 경찰청"

99
00:06:18,720 --> 00:06:23,360
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
전문가로서 임해야 해요

100
00:06:24,800 --> 00:06:28,560
인간적인 감정을 억누르고
한발 물러서서 바라보죠

101
00:06:30,240 --> 00:06:32,040
풀숲 사이를 걷다가

102
00:06:32,120 --> 00:06:37,560
오른쪽의 작은 공터로 들어섰는데

103
00:06:39,480 --> 00:06:42,160
정말 참혹한 범죄 현장이었어요

104
00:06:43,320 --> 00:06:45,560
분노에 휩쓸린 공격처럼 보였죠

105
00:06:47,440 --> 00:06:50,640
피해자는 공격을 받고 끌려간 뒤

106
00:06:51,880 --> 00:06:56,400
목과 가슴 부위를 중심으로
49차례나 찔린 상태였어요

107
00:06:57,400 --> 00:07:01,000
양손을 얼굴 앞에 올린 채

108
00:07:01,080 --> 00:07:03,480
여전히 방어 자세를 취하는 듯했죠

109
00:07:04,880 --> 00:07:06,560
그야말로 끔찍했어요

110
00:07:09,120 --> 00:07:13,320
형사들은 레이철이
뒤에서 습격당해

111
00:07:13,400 --> 00:07:18,120
여러 차례 찔리고
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어요

112
00:07:22,600 --> 00:07:25,520
앨릭스는 시신을 끌어안은 채
그 곁에서 발견됐고

113
00:07:26,640 --> 00:07:29,640
의료진은 앨릭스를 살피기 위해

114
00:07:29,720 --> 00:07:31,280
억지로 떼어 내야 했다더군요

115
00:07:36,680 --> 00:07:39,360
앨릭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어요

116
00:07:40,720 --> 00:07:41,880
제가 도착하자

117
00:07:41,960 --> 00:07:44,920
저한테 아들을 보기 전에

118
00:07:45,000 --> 00:07:47,200
심리학자부터 만나 보라더군요

119
00:07:51,040 --> 00:07:53,800
심리학자가 아이들은
회복력이 강하댔어요

120
00:07:54,720 --> 00:07:56,960
무슨 일도 이겨 낼 수 있다고요

121
00:07:59,800 --> 00:08:04,800
대신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단 건
분명히 알려 줘야 한다고 했어요

122
00:08:10,120 --> 00:08:15,040
간호사 품에 안겨 나온 앨릭스는
믿기 힘들 만큼 조용했어요

123
00:08:16,280 --> 00:08:19,480
눈 밑에는 상처가 있었고
뺨엔 멍 자국이 보였어요

124
00:08:19,560 --> 00:08:23,920
그리고 아이의 눈빛은…

125
00:08:24,000 --> 00:08:26,600
앳된 얼굴에
노인의 눈빛이 담긴 듯했죠

126
00:08:28,720 --> 00:08:30,040
아이를 안고

127
00:08:30,120 --> 00:08:33,120
심리학자가 한 말을
거의 그대로 했어요

128
00:08:33,200 --> 00:08:34,360
사고가 있었고

129
00:08:34,440 --> 00:08:37,080
엄마가 죽어서
더는 돌아오지 않는댔죠

130
00:08:37,160 --> 00:08:40,240
앨릭스는 그저 말없이
절 쳐다보기만 했어요

131
00:08:40,320 --> 00:08:43,760
하지만 눈빛으로 말하더군요
'나도 이미 알아'

132
00:08:43,840 --> 00:08:48,840
굳이 설명하지 않아도
안다는 것 같았어요

133
00:08:50,760 --> 00:08:53,200
앨릭스, 돌아서서
엄마한테 손 흔들어 봐

134
00:08:54,360 --> 00:08:55,480
손 흔들어야지

135
00:09:00,160 --> 00:09:02,360
앨릭스는 엄마가 어디 있는지
묻지 않았어요

136
00:09:02,440 --> 00:09:03,520
단 한 번도요

137
00:09:11,560 --> 00:09:15,080
경찰은 행인이 윔블던 코먼에서
반나체의 여성 시신을 발견하자

138
00:09:15,160 --> 00:09:17,280
그 즉시 일대를 봉쇄했습니다

139
00:09:17,360 --> 00:09:20,160
경찰은 피해자가
격렬한 공격으로 살해됐으며

140
00:09:20,240 --> 00:09:23,080
현장에는 두 살배기 아들이
함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

141
00:09:25,000 --> 00:09:26,760
편집국에서 연락이 왔어요

142
00:09:26,840 --> 00:09:30,520
'윔블던 코먼에서
흉기 사건이 일어났대요'

143
00:09:30,600 --> 00:09:31,920
"이브 리칭스
스카이 뉴스 리포터"

144
00:09:32,000 --> 00:09:33,960
'지금 바로 현장으로 가 주세요'

145
00:09:36,160 --> 00:09:41,200
윔블던은 고급 주택이 즐비한
부촌 지역이에요

146
00:09:41,280 --> 00:09:47,400
거기다 윔블던 코먼은
450만 제곱미터 규모의 공원으로

147
00:09:47,480 --> 00:09:51,400
런던 중심부
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죠

148
00:09:54,200 --> 00:09:56,200
살인은 대낮에 일어났으며

149
00:09:56,280 --> 00:09:59,960
경찰은 범인이 피범벅인 상태로
도주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

150
00:10:00,040 --> 00:10:02,520
'스카이 뉴스'의
이브 리칭스입니다

151
00:10:03,280 --> 00:10:07,680
현장에 있던 경찰들조차
충격을 감추지 못했어요

152
00:10:09,440 --> 00:10:13,520
행인이 반나체 상태의
여성 시신을 발견했고

153
00:10:14,040 --> 00:10:17,920
어린 소년이
시신에 매달려 있었습니다

154
00:10:18,000 --> 00:10:22,840
수사를 지휘한 배싯 경정이

155
00:10:22,920 --> 00:10:25,680
첫 공식 브리핑을 맡았죠

156
00:10:25,760 --> 00:10:29,920
아이의 몸은
진흙과 피로 뒤덮여 있었고

157
00:10:30,000 --> 00:10:32,480
피는 어머니의 것으로 추정됩니다

158
00:10:32,560 --> 00:10:33,680
당시 저는 경사로서

159
00:10:33,760 --> 00:10:36,240
존 배싯 경정님의 보좌로
수사에 참여했어요

160
00:10:36,320 --> 00:10:37,520
"폴 펜로즈
경사, 런던 경찰청"

161
00:10:38,840 --> 00:10:41,120
현장에 도착하자

162
00:10:42,880 --> 00:10:46,600
피해자가 얼마나
끔찍한 일을 겪었는지

163
00:10:46,680 --> 00:10:47,800
금세 알겠더군요

164
00:10:48,960 --> 00:10:53,120
시신을 자세히 보니
자세부터가 부자연스러웠고

165
00:10:54,560 --> 00:10:56,800
옷은 심하게 찢겨 있었어요

166
00:10:57,800 --> 00:11:00,880
신체 주변의 습기는

167
00:11:01,680 --> 00:11:05,800
성적 범행의 가능성을 시사했죠

168
00:11:06,880 --> 00:11:11,400
그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자가
아직도 밖에 있다는 게 무서웠어요

169
00:11:12,560 --> 00:11:15,040
그 정도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면

170
00:11:15,120 --> 00:11:17,400
언제든 또다시
같은 일을 할 수도 있거든요

171
00:11:17,480 --> 00:11:22,240
그래서 범인이 다시 움직이기 전에
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

172
00:11:24,560 --> 00:11:26,000
"1992년 7월 16일
사건 발생 다음 날"

173
00:11:26,080 --> 00:11:30,200
경찰은 윔블던 코먼 일대를
이틀째 수색하며

174
00:11:30,280 --> 00:11:32,400
잔혹한 살인 사건의
단서를 찾고 있습니다

175
00:11:33,600 --> 00:11:35,320
윔블던 코먼의 규모를 보고

176
00:11:35,400 --> 00:11:38,840
수사가 쉽지 않겠다는
직감이 들더군요

177
00:11:40,080 --> 00:11:42,800
보통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

178
00:11:42,880 --> 00:11:45,000
수사관 열댓 명 정도가 투입되지만

179
00:11:45,080 --> 00:11:47,280
이번엔 마흔 명 가까이 배정됐어요

180
00:11:48,000 --> 00:11:51,720
대규모 수사가 될 거라는 게
처음부터 보였죠

181
00:11:53,240 --> 00:11:56,560
경찰은 피해 여성을
레이철 니켈로 공식 발표 했습니다

182
00:11:58,440 --> 00:12:02,400
시신은 두 살배기 아들의
아버지가 확인했습니다

183
00:12:04,160 --> 00:12:07,640
언론에 공개된
레이철 니켈의 사진을 보면

184
00:12:07,720 --> 00:12:10,560
사진만 봐도

185
00:12:11,280 --> 00:12:14,720
생기와 활력이 넘쳤어요

186
00:12:16,240 --> 00:12:21,360
사람들은 그 모습 속에서
자기 자신을 봤고

187
00:12:23,200 --> 00:12:25,800
자신의 젊은 시절이나

188
00:12:25,880 --> 00:12:29,240
막 부모가 되었던 때를 떠올렸죠

189
00:12:31,720 --> 00:12:35,480
보도용으로 공개된 사진들 속에는
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요

190
00:12:39,000 --> 00:12:40,760
우리는 처음부터 강하게 끌렸어요

191
00:12:40,840 --> 00:12:43,640
그런 감정은 처음이었고

192
00:12:43,720 --> 00:12:45,280
그 이후로도 없었어요

193
00:12:46,760 --> 00:12:50,440
레이철과는 늘 함께였고
하나가 된 느낌이었어요

194
00:12:50,520 --> 00:12:55,800
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
그런 사랑을 한 거예요

195
00:12:55,880 --> 00:12:59,480
한 사람과 온전히
하나가 된 듯했고

196
00:12:59,560 --> 00:13:02,000
그걸 함께할 수 있다는 게
축복처럼 느껴졌어요

197
00:13:05,120 --> 00:13:08,200
레이철이 임신했을 땐 놀랐어요

198
00:13:08,800 --> 00:13:12,600
저는 25살, 레이철은 19살이었어요

199
00:13:13,680 --> 00:13:17,960
그땐 레이철이 학업을 마치고

200
00:13:18,040 --> 00:13:19,760
커리어를 쌓으려던 때였죠

201
00:13:20,600 --> 00:13:23,960
하지만 제가 진심이라는 걸
알아본 순간

202
00:13:24,560 --> 00:13:26,600
레이철은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고

203
00:13:27,960 --> 00:13:29,440
우린 그렇게 나아갔어요

204
00:13:32,440 --> 00:13:35,800
처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

205
00:13:35,880 --> 00:13:37,640
그 숨결을 느꼈는데

206
00:13:38,160 --> 00:13:39,880
정말 기적 같았어요

207
00:13:40,680 --> 00:13:42,000
그야말로 초자연적이었죠

208
00:13:42,080 --> 00:13:45,440
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보면
마법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

209
00:13:50,120 --> 00:13:52,320
레이철은 타고난 엄마였어요

210
00:13:53,000 --> 00:13:55,320
놀라울 만큼 대단했죠

211
00:13:57,360 --> 00:13:59,720
레이철과 앨릭스는
서로에게 전부였고

212
00:13:59,800 --> 00:14:02,680
서로의 존재만으로도
충분히 행복했어요

213
00:14:07,640 --> 00:14:09,200
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어요

214
00:14:09,280 --> 00:14:12,400
차라리 그런 일이
나한테 일어났더라면 싶었죠

215
00:14:21,160 --> 00:14:25,000
형사가 집에 들러서
필요한 걸 챙기자고 했어요

216
00:14:27,400 --> 00:14:31,040
저는 앨릭스가 아끼던 물건들을
손 닿는 대로 가방에 넣었죠

217
00:14:32,440 --> 00:14:35,920
가장 좋아하던 곰 인형부터
반바지, 티셔츠, 잠옷과

218
00:14:36,000 --> 00:14:41,960
태어난 날부터 덮고 자던
양털 담요까지요

219
00:14:43,400 --> 00:14:44,760
그 집엔 다시 돌아가지 않았어요

220
00:14:44,840 --> 00:14:47,520
이미 누군가에게
짓밟힌 공간처럼 느껴졌거든요

221
00:14:50,800 --> 00:14:52,280
어제 윔블던 코먼에서 살해된

222
00:14:52,360 --> 00:14:55,760
젊은 어머니 레이철 니켈
살인 사건과 관련해

223
00:14:55,840 --> 00:14:57,960
피해자의 남자 친구가
시민의 제보를 호소했습니다

224
00:15:01,320 --> 00:15:04,240
그 방에 들어섰을 땐
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어요

225
00:15:04,320 --> 00:15:07,000
기자들만 100명이 넘어 보였고

226
00:15:07,080 --> 00:15:11,680
망원 렌즈, TV 카메라 등
수많은 카메라가

227
00:15:11,760 --> 00:15:15,840
전부 절 향해 있어서
적진 한가운데 들어선 기분이었죠

228
00:15:16,640 --> 00:15:21,320
레이철의 파트너가 어떤 사람일지
모두가 궁금해했어요

229
00:15:22,040 --> 00:15:23,960
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사람을

230
00:15:25,080 --> 00:15:27,520
누군가는 알고 있을 겁니다

231
00:15:28,520 --> 00:15:31,160
그냥 사라졌을 리 없습니다

232
00:15:32,000 --> 00:15:34,680
이 사람을 아는 분이라면

233
00:15:34,760 --> 00:15:36,560
이자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

234
00:15:37,160 --> 00:15:40,400
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
제발 제보해 주십시오

235
00:15:40,480 --> 00:15:45,200
언론의 관심은
레이철의 아들에게도 향했어요

236
00:15:45,280 --> 00:15:46,760
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니까요

237
00:15:47,520 --> 00:15:49,120
앨릭스는 아직 말을 하지 않습니다

238
00:15:50,440 --> 00:15:52,720
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

239
00:15:53,440 --> 00:15:54,440
지금은 괜찮습니다

240
00:15:54,520 --> 00:15:56,240
다행히 다치지도 않았고

241
00:15:56,320 --> 00:15:59,120
무엇보다도 아직 아이가 어려서

242
00:15:59,200 --> 00:16:01,920
많은 걸 기억하지 못할 거라더군요

243
00:16:04,800 --> 00:16:08,680
아들과 함께 코먼을 찾아
레이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

244
00:16:08,760 --> 00:16:10,680
장미를 뒀어요

245
00:16:10,760 --> 00:16:14,120
그 모습이 다음 날
신문 1면을 장식했죠

246
00:16:15,000 --> 00:16:18,960
저한테 안긴 앨릭스의 사진이
선명한 컬러로 실려 있었어요

247
00:16:19,040 --> 00:16:20,720
얼굴이 완전히 드러난 채로요

248
00:16:21,480 --> 00:16:24,400
살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
언론이 공개해 버린 셈이었죠

249
00:16:24,920 --> 00:16:28,120
언제든 정신 이상자가 다시 찾아와

250
00:16:28,200 --> 00:16:30,880
유일하게 범죄를 목격한 아들을
노릴 수도 있었어요

251
00:16:30,960 --> 00:16:32,000
그때 깨달았죠

252
00:16:32,080 --> 00:16:35,760
우리가 이제 정말
위험 속에 있다는 걸요

253
00:16:35,840 --> 00:16:38,120
두 살배기 앨릭스 니켈은
비교적 잘 버티고 있으나

254
00:16:38,200 --> 00:16:40,880
안타까운 시련으로
충격이 크다고 알려졌습니다

255
00:16:40,960 --> 00:16:44,440
두 살짜리 아이에겐
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

256
00:16:44,520 --> 00:16:47,080
이런 트라우마가
얼마나 오래갈까요?

257
00:16:47,160 --> 00:16:48,680
평생 이어질 수도 있어요

258
00:16:50,360 --> 00:16:54,480
비가 내려
거미를 씻어 내려보내고…

259
00:16:54,560 --> 00:16:58,000
우린 어머니 댁에서
잠시 숨을 돌렸어요

260
00:16:58,880 --> 00:17:01,840
앨릭스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고

261
00:17:01,920 --> 00:17:05,400
밤새 한 시간만이라도
편히 잠들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

262
00:17:05,480 --> 00:17:08,840
그마저도 쉽지 않았어요

263
00:17:13,280 --> 00:17:16,560
그땐 제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
모두 삼켜야 했어요

264
00:17:16,640 --> 00:17:20,160
그건 나중 문제였고
지금은 버틸 때였죠

265
00:17:22,160 --> 00:17:27,560
그 당시 제 고통보다
먼저 생각해야 할 건

266
00:17:27,640 --> 00:17:29,480
우리 둘의 아이였어요

267
00:17:33,240 --> 00:17:37,040
범인을 쫓는 수사에
형사 54명이 투입됐습니다

268
00:17:37,120 --> 00:17:38,880
그래서 이름이요?

269
00:17:38,960 --> 00:17:41,920
이곳은 특별 수사본부
세 곳 중 한 곳입니다

270
00:17:42,000 --> 00:17:45,120
지금까지 1,500건이 넘는
시민 제보가 접수됐으며

271
00:17:45,200 --> 00:17:47,960
모든 제보는 검토 후
즉시 조처됩니다

272
00:17:48,600 --> 00:17:52,640
매우 복잡한 사건이었어요

273
00:17:54,240 --> 00:17:55,480
안녕하세요, 수사실입니다

274
00:17:55,560 --> 00:17:59,400
쏟아지는 정보를 정리하느라
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고

275
00:17:59,480 --> 00:18:01,080
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려 댔죠

276
00:18:01,600 --> 00:18:02,680
"출입 통제
임시 폐쇄"

277
00:18:02,760 --> 00:18:04,920
레이철의 사진은 보셨죠?

278
00:18:05,000 --> 00:18:06,160
- 봤어요
- 그래요?

279
00:18:06,240 --> 00:18:08,160
- 여기서 본 적도 있으세요?
- 아니요

280
00:18:08,240 --> 00:18:11,200
우리는 코먼 일대에서
하나하나 진술을 받았어요

281
00:18:11,280 --> 00:18:13,560
누군가는 분명
그 사람을 봤을 거라 믿었죠

282
00:18:13,640 --> 00:18:16,880
현장으로 들어가거나
떠나는 순간을요

283
00:18:18,360 --> 00:18:20,840
목격자를 확보해야 한다는
압박감이 컸어요

284
00:18:20,920 --> 00:18:23,480
윔블던의 레이철 니켈 살인 사건
전담 팀입니다

285
00:18:23,560 --> 00:18:24,800
이미 조사받으셨다고요?

286
00:18:24,880 --> 00:18:26,800
최대한 신속히 대응하고 있습니다

287
00:18:26,880 --> 00:18:30,080
지연이 있는 건 사실이고
그건 숨기지 않겠습니다만

288
00:18:30,160 --> 00:18:32,360
결국 모든 사람을
직접 확인할 겁니다

289
00:18:33,040 --> 00:18:36,280
지금은 저와 제 팀이
수사를 책임지고 있습니다

290
00:18:36,360 --> 00:18:37,520
꼭 범인을 잡겠습니다

291
00:18:38,760 --> 00:18:41,040
현장에서 채취한 시료는

292
00:18:41,560 --> 00:18:44,960
DNA 분석을 위해
실험실로 보냈어요

293
00:18:45,040 --> 00:18:46,760
하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쳤죠

294
00:18:47,800 --> 00:18:50,480
아무리 분석해 봐도
검출된 게 없었어요

295
00:18:51,000 --> 00:18:54,480
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죠
피해자의 DNA라도 있잖아요?

296
00:18:54,560 --> 00:18:56,360
그런데 아무것도
안 나온다는 거예요

297
00:18:56,440 --> 00:18:59,640
그런 경우는 처음이라
이해가 되질 않았어요

298
00:19:00,160 --> 00:19:02,080
그러자 분석관이

299
00:19:02,160 --> 00:19:04,960
다른 방법으로
시도해 보겠다고 했어요

300
00:19:05,520 --> 00:19:07,160
하지만 여전히 허탕이었어요

301
00:19:07,760 --> 00:19:08,920
절망감이 밀려왔죠

302
00:19:09,000 --> 00:19:13,480
하루라도 빨리
범인을 찾아야 했으니까요

303
00:19:13,560 --> 00:19:15,760
그런데 2-3주가 지나도록

304
00:19:15,840 --> 00:19:20,120
수사는 처음과 다를 바 없었어요

305
00:19:21,480 --> 00:19:24,520
당시에는 목격자가 없는
살인 현장이 전부였어요

306
00:19:25,040 --> 00:19:26,800
법의학적 증거도 없었죠

307
00:19:26,880 --> 00:19:29,600
그냥 그게 다였고

308
00:19:29,680 --> 00:19:31,360
그다음은 막막했어요

309
00:19:34,960 --> 00:19:37,360
상황이 너무 절박해지자

310
00:19:37,440 --> 00:19:41,840
경찰은 앨릭스에게
그날 본 것을 물어보기로 했어요

311
00:19:44,520 --> 00:19:47,320
우리의 가장 큰 바람은
이 사람을 반드시 찾아내서

312
00:19:47,400 --> 00:19:51,520
무엇보다도 다신 이런 일이
일어나지 않게 하는 거였죠

313
00:19:51,600 --> 00:19:55,440
어린 앨릭스를 다루는 만큼
신중하게 접근해야 했어요

314
00:19:55,520 --> 00:20:00,280
앨릭스가 겪은 일은
너무도 충격적이었으니까요

315
00:20:01,560 --> 00:20:05,000
그래서 어떻게 진행할지
전문가의 조언을 구했어요

316
00:20:07,400 --> 00:20:08,360
안녕?

317
00:20:10,200 --> 00:20:11,520
그리고 그 조언에 따라

318
00:20:11,600 --> 00:20:14,760
아동 심리학자를 통해
면담을 진행하기로 했죠

319
00:20:16,400 --> 00:20:18,800
진 박사님한테 공룡 책 보여 줄까?

320
00:20:20,040 --> 00:20:21,800
난 익룡이 좋더라

321
00:20:22,440 --> 00:20:23,280
응

322
00:20:23,880 --> 00:20:27,720
저는 소아 청소년
정신과 전문의였어요

323
00:20:29,600 --> 00:20:32,280
이 사건은 정말 특별했죠

324
00:20:32,360 --> 00:20:34,360
제가 맡았던 사례 중

325
00:20:34,440 --> 00:20:36,200
"진 해리스헨드릭스
소아 청소년 정신과 의사"

326
00:20:36,280 --> 00:20:39,520
아이가 유일한 목격자인 건
처음이었어요

327
00:20:39,600 --> 00:20:42,080
이것 봐, 내 공룡 책이야

328
00:20:42,160 --> 00:20:44,520
그래, 난 날아다니는 게 좋아

329
00:20:44,600 --> 00:20:46,120
난 전부 좋은데

330
00:20:46,200 --> 00:20:47,520
넌 전부 좋구나

331
00:20:47,600 --> 00:20:49,840
면담은 제 집에서 이뤄졌어요

332
00:20:49,920 --> 00:20:53,840
첫 면담에는 형사 한 명과

333
00:20:53,920 --> 00:20:57,800
앤드리와 저
그리고 어린 소년이 함께했죠

334
00:20:58,320 --> 00:21:01,480
경찰은 간절했어요

335
00:21:01,560 --> 00:21:05,600
아이가 뭐라도 더
말해 주길 바랐죠

336
00:21:05,680 --> 00:21:09,360
이런 강도 높은 면담이
어린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진

337
00:21:09,440 --> 00:21:11,400
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

338
00:21:11,480 --> 00:21:15,480
하지만 이성적으로는
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

339
00:21:15,560 --> 00:21:17,560
동의할 수밖에 없었죠

340
00:21:17,640 --> 00:21:19,160
그게 제 딜레마였어요

341
00:21:19,240 --> 00:21:21,320
정말 힘든 결정이었어요

342
00:21:21,400 --> 00:21:23,960
그래서 최대한
경계를 늦추지 않았어요

343
00:21:24,040 --> 00:21:26,760
선을 넘는다고 느껴지면
즉시 멈춰야 했죠

344
00:21:27,280 --> 00:21:29,680
어제 무서운 일이 있었지?

345
00:21:30,760 --> 00:21:32,120
어땠더라?

346
00:21:32,720 --> 00:21:36,960
커다란 공룡이 있었어

347
00:21:37,040 --> 00:21:39,080
커다란 공룡이 땅에 쓰러져 있었고

348
00:21:39,160 --> 00:21:41,480
작은 공룡 세 마리가
그걸 먹고 있었잖아?

349
00:21:41,560 --> 00:21:44,000
- 응
- 피도 묻어 있었고

350
00:21:44,080 --> 00:21:47,040
피가 묻어 있었어?
그러면 힘들었겠다

351
00:21:50,080 --> 00:21:51,880
아무도 못 봐

352
00:21:51,960 --> 00:21:52,960
진 박사님의 질문은

353
00:21:53,040 --> 00:21:56,120
모두 제 말을 통해
전달하기로 했어요

354
00:21:56,200 --> 00:21:58,720
앨릭스가 최대한 자연스럽게
반응할 수 있도록요

355
00:21:59,480 --> 00:22:02,440
앨릭스, 네 몸에도 피가 묻었지?

356
00:22:03,000 --> 00:22:05,760
네 옷에도 피가 묻어 있었잖아

357
00:22:05,840 --> 00:22:08,600
- 응
- 그날 엄마랑 같이 있었을 때

358
00:22:13,520 --> 00:22:17,840
저는 앨릭스에게 집중하며
반응을 세심히 관찰했어요

359
00:22:20,480 --> 00:22:22,640
그때 앨릭스는
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요

360
00:22:22,720 --> 00:22:25,240
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했죠

361
00:22:25,320 --> 00:22:29,800
그건 극심한 트라우마의

362
00:22:29,880 --> 00:22:32,800
명백한 징후였어요

363
00:22:33,680 --> 00:22:36,360
몸짓 하나하나에
그 불안이 배어 있었죠

364
00:22:37,480 --> 00:22:38,920
이제 알겠지?

365
00:22:39,000 --> 00:22:41,760
끔찍한 일은
정말로 갑자기 일어나기도 해

366
00:22:42,280 --> 00:22:44,320
그래서 많이 무서울 거야

367
00:22:44,400 --> 00:22:47,960
진 박사님은 조심스럽게
조금 더 이어 가자고 했어요

368
00:22:49,080 --> 00:22:51,000
그 남자를 봤을 때

369
00:22:51,080 --> 00:22:53,320
널 보고 있었니?
아니면 엄마를 봤어?

370
00:22:53,400 --> 00:22:54,600
엄마

371
00:22:55,560 --> 00:22:57,600
너한텐 아무 말도 안 했니?

372
00:22:57,680 --> 00:22:59,760
- 안 했어
- 소리도 안 지르고?

373
00:23:01,840 --> 00:23:04,160
- 너한테 소리쳤어?
- 아니

374
00:23:04,680 --> 00:23:07,120
사건에 가까운 질문을 던질수록

375
00:23:07,200 --> 00:23:10,000
앨릭스의 표정이 변했고
긴장한 게 보였어요

376
00:23:11,320 --> 00:23:13,080
앨릭스, 그 사람이 널 때렸어?

377
00:23:13,160 --> 00:23:14,800
- 아니
- 손으로?

378
00:23:15,320 --> 00:23:16,360
아니

379
00:23:16,440 --> 00:23:20,240
아이한테서 뭘 알아내는진
저한테 중요하지 않았어요

380
00:23:20,320 --> 00:23:23,920
이런 시간이 아이에게
어떤 고통을 줄지

381
00:23:24,000 --> 00:23:26,960
또 그게 회복하는 데
어떤 상처로 남을지 걱정됐죠

382
00:23:27,560 --> 00:23:29,640
그건 말 못 해

383
00:23:29,720 --> 00:23:31,960
떠올리기엔 너무 아픈 기억이지?

384
00:23:32,040 --> 00:23:33,960
말할 수 없다는 뜻일까?

385
00:23:34,040 --> 00:23:37,560
- 아니, 그건 말 못 해
- 못 해?

386
00:23:37,640 --> 00:23:41,640
아이가 얼마나 본 건지
정확히 알 순 없었어요

387
00:23:41,720 --> 00:23:44,200
차라리 아무것도
보지 않았길 바랐죠

388
00:23:44,280 --> 00:23:47,320
멀찍이 밀려나 있어서

389
00:23:47,400 --> 00:23:51,600
이 모든 끔찍한 일이
아이의 세상 밖에서…

390
00:23:53,160 --> 00:23:54,680
인식 밖에서 지나갔으면 했어요

391
00:23:54,760 --> 00:23:58,040
그날 엄마가 누워 있고
남자가 떠난 다음에

392
00:23:58,120 --> 00:24:00,440
- 엄마한테 무슨 말 했어?
- 아니

393
00:24:00,520 --> 00:24:02,600
- 아무 말도 안 했다고?
- 안 했어

394
00:24:02,680 --> 00:24:04,040
무서웠어?

395
00:24:04,120 --> 00:24:05,080
응

396
00:24:06,120 --> 00:24:07,720
엄마가 자는 줄 알았어?

397
00:24:08,240 --> 00:24:09,080
응

398
00:24:09,160 --> 00:24:10,480
- 그랬니?
- 응

399
00:24:10,560 --> 00:24:12,120
엄마가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?

400
00:24:12,760 --> 00:24:14,040
엄마가 깨길 바랐어?

401
00:24:14,120 --> 00:24:15,000
응

402
00:24:15,520 --> 00:24:16,800
엄마가 깨어났어?

403
00:24:18,760 --> 00:24:19,760
아니

404
00:24:23,040 --> 00:24:24,440
긴장감이 감돌았어요

405
00:24:25,440 --> 00:24:29,160
며칠마다 있었던 면담은
몇 주간 이어졌죠

406
00:24:34,160 --> 00:24:37,760
앨릭스는 어린아이라는 게
믿기 힘들 정도로

407
00:24:37,840 --> 00:24:39,520
세세한 기억을 되살려 냈죠

408
00:24:41,400 --> 00:24:43,480
사건이 어떻게 벌어졌는지

409
00:24:43,560 --> 00:24:46,960
나쁜 아저씨가 어디서 나타났는지…

410
00:24:47,040 --> 00:24:49,000
남자가 뒤에서 나타나

411
00:24:49,080 --> 00:24:50,400
그 후에…

412
00:24:51,280 --> 00:24:55,880
어떻게 자리를 떠나 시냇가로 가서
손을 씻고 사라졌는지까지요

413
00:24:56,600 --> 00:25:02,160
앨릭스, 엄마를 해친 아저씨가
어떤 바지를 입었어?

414
00:25:03,800 --> 00:25:06,120
- 이거
- 그거야?

415
00:25:06,640 --> 00:25:09,640
그때부터 앨릭스가 남자를
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어요

416
00:25:09,720 --> 00:25:12,000
- 바지는 무슨 색이었어?
- 파란색

417
00:25:12,720 --> 00:25:14,600
신발 색깔은?

418
00:25:14,680 --> 00:25:15,960
저 색깔

419
00:25:16,680 --> 00:25:19,840
앨릭스의 진술에 따르면
남자는 젊은 백인이었고

420
00:25:19,920 --> 00:25:23,080
흰 셔츠에 파란 바지를 입고

421
00:25:23,160 --> 00:25:24,800
갈색 구두를 신었죠

422
00:25:24,880 --> 00:25:27,560
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

423
00:25:27,640 --> 00:25:30,520
흰 셔츠 위로
벨트를 찼다는 거였어요

424
00:25:30,600 --> 00:25:32,280
정육점 앞치마처럼요

425
00:25:34,360 --> 00:25:38,160
앨릭스의 진술은
한 여성의 목격담과 비슷했어요

426
00:25:38,240 --> 00:25:41,240
살인 사건 10분 전쯤
현장 근처에서

427
00:25:41,840 --> 00:25:44,120
어떤 남자를 봤다는 내용이었죠

428
00:25:45,920 --> 00:25:48,760
남자는 흰 상의에
어두운 바지를 입었고

429
00:25:48,840 --> 00:25:50,320
가방 같은 걸 들고 있었대요

430
00:25:50,400 --> 00:25:54,840
그래서 우리는 그 남자가
현장에 있던 사람들 중에

431
00:25:54,920 --> 00:25:58,320
가장 유력한 용의자라고 판단했죠

432
00:25:59,760 --> 00:26:02,440
이제는 그 남자를
찾기만 하면 됐어요

433
00:26:02,520 --> 00:26:04,360
경정님, 지금까지 수사는

434
00:26:04,440 --> 00:26:07,240
거의 진척이 없다고 봐야 할까요?

435
00:26:07,760 --> 00:26:10,360
네, 그렇습니다

436
00:26:10,440 --> 00:26:13,400
이 시점이면 이미 체포해야 했지만

437
00:26:13,920 --> 00:26:17,440
이 공원 전체를 수색한다는 게
얼마나 방대한 일인지

438
00:26:17,520 --> 00:26:19,920
직접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

439
00:26:20,600 --> 00:26:23,680
경찰은 증거가 부족한 가운데
범죄 심리학자의 자문을 받아

440
00:26:23,760 --> 00:26:26,040
가해자의 심리 프로파일을
작성하고 있습니다

441
00:26:26,640 --> 00:26:30,440
당시에 '양들의 침묵' 같은 영화가
인기를 끌었어요

442
00:26:31,200 --> 00:26:33,880
현재 수감 중인
모든 연쇄 살인범을 상대로

443
00:26:33,960 --> 00:26:35,880
심리 행동 분석을 위한
인터뷰를 진행 중이에요

444
00:26:35,960 --> 00:26:39,600
범인의 심리를 분석해
용의자를 추적하는 개념이

445
00:26:39,680 --> 00:26:41,360
처음 세상에 알려지던 시기였죠

446
00:26:41,440 --> 00:26:43,080
저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

447
00:26:43,160 --> 00:26:46,680
미국에서는 이미
꽤 성과를 거뒀고요

448
00:26:47,200 --> 00:26:51,120
경찰은 FBI 출신 로버트 레슬러의
조언을 구했습니다

449
00:26:51,200 --> 00:26:52,680
"영화 '양들의 침묵'의
실제 FBI 모델"

450
00:26:52,760 --> 00:26:56,720
레슬러는 제프리 다머를 비롯한
미국의 악명 높은 성범죄자들을

451
00:26:56,800 --> 00:26:58,000
직접 조사한 바 있습니다

452
00:26:58,840 --> 00:27:02,840
레슬러의 분석에 따르면
범인은 비조직형으로 분류됩니다

453
00:27:02,920 --> 00:27:05,280
사람들은 이런 사건을 보면
연쇄 살인범 소행인지 묻죠

454
00:27:05,360 --> 00:27:08,640
며칠 혹은 몇 주 안에
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해요

455
00:27:08,720 --> 00:27:12,480
이번 사건의 범인은
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이며

456
00:27:12,560 --> 00:27:15,120
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인물일
가능성이 커요

457
00:27:15,640 --> 00:27:20,080
배싯 경정님이 레슬러를 만난 건
짧은 자문에 불과했지만

458
00:27:20,160 --> 00:27:25,360
경찰은 그 일을 계기로
프로파일링 도입을 검토하게 됐죠

459
00:27:26,160 --> 00:27:30,000
그래서 경찰과
여러 차례 협업한 경험이 있는

460
00:27:30,080 --> 00:27:32,000
영국 최고의 프로파일러가

461
00:27:32,080 --> 00:27:36,320
수사 자문으로 참여했어요

462
00:27:38,440 --> 00:27:41,080
경찰이 저를 부를 때는

463
00:27:41,160 --> 00:27:44,520
보통 수사가
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예요

464
00:27:44,600 --> 00:27:45,600
"폴 브리턴
법정 심리학자"

465
00:27:45,680 --> 00:27:48,680
레이철 니켈 사건도 그랬죠

466
00:27:50,560 --> 00:27:52,240
레스터 대학의 폴 브리턴은

467
00:27:52,320 --> 00:27:55,400
영국의 악명 높은 여러 사건에
자문으로 참여한 전문가입니다

468
00:27:55,920 --> 00:27:59,080
이런 사건에서
경찰은 늘 이렇게 말하죠

469
00:27:59,160 --> 00:28:00,120
'우리가 원하는 건'

470
00:28:00,200 --> 00:28:04,280
'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예요'

471
00:28:04,360 --> 00:28:08,320
폴 브리턴과의 면담으로 알려진
연쇄 살인범 데니스 닐슨은

472
00:28:08,400 --> 00:28:10,200
노숙 청년들을 상대로
범행을 저질렀습니다

473
00:28:10,280 --> 00:28:15,120
'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막을
실마리가 필요해요'

474
00:28:15,200 --> 00:28:17,080
법정 심리학자 폴 브리턴은

475
00:28:17,160 --> 00:28:20,360
프레드와 로즈 웨스트 부부가
유일한 사례가 아니며

476
00:28:20,440 --> 00:28:23,520
잠재적 연쇄 살인범은
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

477
00:28:24,920 --> 00:28:28,320
수사 자문 요청이 들어온 건

478
00:28:28,400 --> 00:28:32,360
레이철이 살해된 지
3-4주쯤 지난 뒤였어요

479
00:28:35,400 --> 00:28:39,240
경찰이 제게 원한 건
전문가로서의 소견이었죠

480
00:28:39,320 --> 00:28:42,880
누가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
심리 분석이었어요

481
00:28:46,840 --> 00:28:48,840
현장 자료와

482
00:28:49,480 --> 00:28:52,160
영상, 코먼의 지도까지 살펴봤지만

483
00:28:53,240 --> 00:28:54,760
무엇보다 제가 직접

484
00:28:54,840 --> 00:28:57,720
현장을 답사할 필요가 있었어요

485
00:29:00,120 --> 00:29:03,600
윔블던 코먼의 풍차 옆 주차장에

486
00:29:03,680 --> 00:29:04,720
차를 세우고

487
00:29:04,800 --> 00:29:08,800
거기서부터 걸어서
사건 현장으로 갔어요

488
00:29:12,240 --> 00:29:14,320
범죄자가 선호하는 곳은

489
00:29:14,400 --> 00:29:17,760
우연히 표적이 될 만한 사람을
찾을 수 있는 장소예요

490
00:29:20,000 --> 00:29:22,640
상대를 지켜보거나

491
00:29:23,760 --> 00:29:25,080
살피기 쉬운 곳이죠

492
00:29:25,800 --> 00:29:30,160
자신의 취향에
가장 가까운 사람을 기다리는데

493
00:29:30,240 --> 00:29:32,960
그 대상이 레이철이었던 거예요

494
00:29:33,480 --> 00:29:36,320
범인은 지켜보고
관찰할 수 있었어요

495
00:29:37,280 --> 00:29:39,560
관찰자이자 감시자인 거죠

496
00:29:43,480 --> 00:29:45,400
그리고 꽤 종종…

497
00:29:45,480 --> 00:29:48,080
가감 없이 말씀드리자면

498
00:29:48,680 --> 00:29:50,480
이런 심리가 드러납니다

499
00:29:52,680 --> 00:29:55,280
'저년이 날 깔보네'

500
00:29:56,480 --> 00:29:57,880
'저 꼴은 못 보지'

501
00:29:58,680 --> 00:29:59,960
'손 좀 봐 줘야겠다'

502
00:30:02,240 --> 00:30:05,640
여기엔 이 젊은 여성을
완전히 제거하려는

503
00:30:05,720 --> 00:30:08,280
아주 집요한 의도가 엿보여요

504
00:30:11,160 --> 00:30:16,120
하지만 레이철 니켈이
쉽게 포기하진 않았을 거예요

505
00:30:18,240 --> 00:30:20,840
분명 어떤 반응을 보였겠죠

506
00:30:22,960 --> 00:30:25,080
그런데 상대가

507
00:30:25,160 --> 00:30:28,600
요구를 따르지 않을 시엔
아이를 해치겠다고 협박했다면

508
00:30:28,680 --> 00:30:30,160
모든 게 달라져요

509
00:30:32,920 --> 00:30:34,960
그 경우 아이는 인질이자

510
00:30:35,040 --> 00:30:39,560
협상의 수단이 돼 버리죠

511
00:30:39,640 --> 00:30:44,920
레이철은 목숨을 포기하면서까지
아이를 지켰던 거예요

512
00:30:53,240 --> 00:30:55,320
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었어요

513
00:30:55,400 --> 00:30:57,040
범인이 다른 사람도 죽일 거라고요

514
00:30:57,120 --> 00:31:00,040
한 장면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

515
00:31:00,120 --> 00:31:04,080
계속 진행되는 영화의
한 프레임이었던 거죠

516
00:31:09,480 --> 00:31:13,120
엄마한테 돌아갔을 때
엄마가 서 있었어, 누워 있었어?

517
00:31:14,280 --> 00:31:17,080
기억 안 나

518
00:31:17,160 --> 00:31:20,480
그런 질문 이제 그만해, 아빠

519
00:31:20,560 --> 00:31:24,280
잘하고 있어, 앨릭스
아주 잘하고 있는 거야

520
00:31:25,120 --> 00:31:28,040
하루가 몇 주가 되고
몇 주가 몇 달이 됐어요

521
00:31:28,120 --> 00:31:29,160
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

522
00:31:29,240 --> 00:31:31,520
같은 질문이 반복되며
점점 무거워져 갔어요

523
00:31:32,040 --> 00:31:33,520
그때 느꼈죠

524
00:31:33,600 --> 00:31:37,880
이제는 더 얻을 게 없다고요
더 들을 게 있을까 싶더군요

525
00:31:37,960 --> 00:31:40,480
- 엄마한테 돌아갔을 때…
- 지겨워

526
00:31:40,560 --> 00:31:41,920
- 지겨워?
- 응

527
00:31:42,000 --> 00:31:45,160
- 하나만 더 물어볼게
- 싫어, 이제 그만해

528
00:31:45,240 --> 00:31:47,280
알았어, 괜찮으니까 이리 와

529
00:31:47,360 --> 00:31:49,760
잘했어, 정말 잘해 줬지

530
00:31:57,080 --> 00:31:59,000
나머지는 다음에 얘기하자, 응?

531
00:31:59,080 --> 00:32:00,160
싫어

532
00:32:00,680 --> 00:32:04,000
그때도 계속 지겨울 거야

533
00:32:04,080 --> 00:32:05,880
- 계속 지겨워?
- 응

534
00:32:05,960 --> 00:32:07,600
더는 얘기 안 할게

535
00:32:08,120 --> 00:32:11,280
경찰은 마지막 수를
던지고 싶어 했어요

536
00:32:12,040 --> 00:32:14,920
더 절박한 아이디어를
생각해 냈는데

537
00:32:15,000 --> 00:32:17,760
아이를 윔블던 코먼으로 데려가
경험을 다시 재현해 보자더군요

538
00:32:20,160 --> 00:32:23,160
실제 현장을 보고 나면

539
00:32:23,240 --> 00:32:25,880
기억이 더 떠오르지
않을까 한 거죠

540
00:32:25,960 --> 00:32:28,120
저는 가능성이 낮다고 봤지만

541
00:32:28,640 --> 00:32:30,760
저한테 막을 권한은 없었어요

542
00:32:30,840 --> 00:32:31,960
다 왔다

543
00:32:34,480 --> 00:32:37,760
이번엔 똑같은 세션의
반복이 아니었어요

544
00:32:37,840 --> 00:32:41,360
환경이 달라진 만큼
새로운 반응을 기대했죠

545
00:32:44,600 --> 00:32:47,840
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자
앨릭스가 차에서 내리길 꺼렸어요

546
00:32:51,200 --> 00:32:56,440
낯선 어른들이 많아
불안함을 느낀 거죠

547
00:32:56,520 --> 00:32:58,240
경찰들이 와 있었거든요

548
00:32:58,760 --> 00:33:02,280
익숙했던 형사들 말고도
다른 경찰들도 있었어요

549
00:33:04,360 --> 00:33:07,080
그래도 차에서 내려
조금씩 걸음을 옮겼어요

550
00:33:08,840 --> 00:33:10,120
걷기 시작하자 기분도 풀렸죠

551
00:33:12,360 --> 00:33:13,920
그 길을 따라 걷다가

552
00:33:14,920 --> 00:33:17,920
앨릭스랑 그냥 재미로
뛰기 시작했어요

553
00:33:21,320 --> 00:33:22,360
잠시 웃음도 돌아왔죠

554
00:33:22,440 --> 00:33:26,720
하지만 우리 뒤로는
경찰과 심리학자가 뒤따랐어요

555
00:33:30,200 --> 00:33:31,680
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했지만

556
00:33:31,760 --> 00:33:34,640
아이는 어디로 가는지
이미 아는 눈치였어요

557
00:33:36,920 --> 00:33:38,640
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

558
00:33:48,440 --> 00:33:51,280
그렇게 점점
사건 현장에 가까워졌고

559
00:33:55,000 --> 00:33:57,920
아이의 몸이 점차 굳어 갔어요

560
00:33:58,000 --> 00:34:00,320
분명 그날의 일을
떠올리고 있었을 거예요

561
00:34:01,120 --> 00:34:01,960
앨릭스?

562
00:34:02,480 --> 00:34:04,800
엄마를 죽인 아저씨가
어디 있었어?

563
00:34:07,400 --> 00:34:08,480
여기야?

564
00:34:11,080 --> 00:34:13,000
언제 엄마한테 말을 걸었어?

565
00:34:13,920 --> 00:34:14,960
기억나니?

566
00:34:17,920 --> 00:34:18,920
전에 아빠한테 그랬잖아

567
00:34:19,000 --> 00:34:22,000
그 아저씨가 엄마를 죽이기 전에
말을 걸었다고

568
00:34:22,080 --> 00:34:25,520
어디서 엄마랑
이야기하고 있었는지 기억나?

569
00:34:26,800 --> 00:34:28,120
연못 근처였어?

570
00:34:33,400 --> 00:34:37,360
그러다 앨릭스가 비틀거리며
앞으로 넘어졌어요

571
00:34:40,240 --> 00:34:42,200
그리고 울음을 터뜨렸죠

572
00:34:44,760 --> 00:34:47,400
그때 앤드리의 마음도
같이 무너져 내렸어요

573
00:34:47,480 --> 00:34:49,200
더는 못 해 먹겠네

574
00:34:51,680 --> 00:34:54,960
앨릭스가 울기 시작하자
저도 결국 무너졌어요

575
00:34:55,040 --> 00:34:56,880
더는 못 하겠더군요
할 만큼 했으니까요

576
00:34:56,960 --> 00:35:01,440
아이한테도 너무 큰 부담이었고

577
00:35:01,520 --> 00:35:03,440
저한테도 벅찼어요

578
00:35:03,520 --> 00:35:05,480
가요, 가자고요!

579
00:35:07,800 --> 00:35:10,800
그래서 아이를 안아 들고
차로 돌아갔죠

580
00:35:23,480 --> 00:35:28,120
그러고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
현장을 벗어났어요

581
00:35:28,640 --> 00:35:30,240
하지만 감정이 치밀어 올라

582
00:35:30,320 --> 00:35:33,840
얼마 못 가 조용한 곳에
차를 세웠어요

583
00:35:34,360 --> 00:35:36,360
그리고 울음을 터트렸어요

584
00:35:36,440 --> 00:35:39,120
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

585
00:35:39,640 --> 00:35:42,320
도저히 참아지지 않았죠

586
00:35:42,400 --> 00:35:44,640
그 순간만큼은 강해질 수 없었어요

587
00:35:44,720 --> 00:35:46,080
앨릭스는 그걸 보고 있었죠

588
00:35:46,160 --> 00:35:47,760
아이는 이미 진정돼 있었지만

589
00:35:47,840 --> 00:35:50,080
전 그냥 그 감정을
다 쏟아 내야 했어요

590
00:35:50,600 --> 00:35:53,760
겨우 마음을 추스른 뒤에야

591
00:35:54,640 --> 00:35:57,400
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

592
00:35:57,480 --> 00:36:00,760
할머니 댁으로 돌아갔어요

593
00:36:00,840 --> 00:36:02,760
그렇게 떠난 거예요

594
00:36:06,120 --> 00:36:08,240
그 둘을 본 건
그때가 마지막이었죠

595
00:36:09,080 --> 00:36:12,640
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
마음은 편하지 않았어요

596
00:36:12,720 --> 00:36:14,400
그래도 최선을 다했어요

597
00:36:15,520 --> 00:36:18,200
슬픔과 함께…

598
00:36:22,280 --> 00:36:25,520
그 시도가 결국
실패로 끝났다는 사실만 남았죠

599
00:36:28,200 --> 00:36:30,960
먼저, 두 달 전 영국 전역을

600
00:36:31,040 --> 00:36:33,640
떠들썩하게 한
악명 높은 사건입니다

601
00:36:33,720 --> 00:36:36,600
런던 남서부 윔블던 코먼에서
젊은 엄마였던

602
00:36:36,680 --> 00:36:40,040
레이철 니켈이 습격을 받아
수차례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

603
00:36:40,120 --> 00:36:42,360
범행은 무작위로
벌어진 것으로 보이며

604
00:36:42,440 --> 00:36:45,320
물론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

605
00:36:45,400 --> 00:36:48,120
오늘 밤 경찰은
수사 내용을 전면 공개 하고

606
00:36:48,200 --> 00:36:51,520
범인을 밝히는 데
국민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

607
00:36:51,600 --> 00:36:53,360
수사가 어느 정도 진전된 시점에서

608
00:36:53,440 --> 00:36:58,800
우리는 확보한 인상착의가
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 만큼

609
00:36:58,880 --> 00:37:00,920
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어요

610
00:37:01,000 --> 00:37:03,640
그래서 언론을 통해
제보를 받기로 했죠

611
00:37:03,720 --> 00:37:06,640
어쩌면 누군가 그 사람을

612
00:37:07,160 --> 00:37:09,440
알아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

613
00:37:10,360 --> 00:37:12,200
용의자는 20대에서 30대 남성으로

614
00:37:12,280 --> 00:37:15,600
신장은 178cm 이상에
짧은 갈색 머리를 가졌으며

615
00:37:15,680 --> 00:37:19,480
단추 달린 흰 셔츠와
어두운 청색 계열 바지를 입고

616
00:37:19,560 --> 00:37:21,840
작은 검정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

617
00:37:21,920 --> 00:37:25,720
특이한 점은 셔츠 위로
벨트를 매고 있었다는 겁니다

618
00:37:26,400 --> 00:37:29,520
이제 여기서
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이겠습니다

619
00:37:30,480 --> 00:37:32,520
자문 임상 심리학자는

620
00:37:32,600 --> 00:37:35,520
범인의 심리적 특징을
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

621
00:37:37,360 --> 00:37:39,080
제가 제공한 건

622
00:37:39,160 --> 00:37:45,000
제 관점에서 범인의 심리를
항목별로 분석한 보고서였어요

623
00:37:45,080 --> 00:37:48,320
범인은 30세 미만의 남성으로
현장 인근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고

624
00:37:48,400 --> 00:37:51,440
친구가 거의 없으며
주로 혼자 하는 활동을 즐깁니다

625
00:37:51,520 --> 00:37:53,720
무술에 관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

626
00:37:53,800 --> 00:37:55,200
범인은 포르노물을 즐기며

627
00:37:55,280 --> 00:37:57,120
일정한 연인은
없는 것으로 보입니다

628
00:37:57,200 --> 00:37:58,480
과거에 여자 친구가 있었다면

629
00:37:58,560 --> 00:38:01,640
그 관계는 성적으로 미숙하고
만족스럽지 않았을…

630
00:38:02,280 --> 00:38:07,560
저는 경찰에게 범인이
멀리 있진 않을 거라고 했어요

631
00:38:07,640 --> 00:38:11,160
범인은 윔블던 코먼의
지형을 잘 알고

632
00:38:11,240 --> 00:38:13,280
도보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았죠

633
00:38:13,360 --> 00:38:15,320
제보 주실 번호는…

634
00:38:15,400 --> 00:38:17,040
'크라임워치' 방송이 나간 뒤

635
00:38:17,560 --> 00:38:19,440
제보 전화가 쏟아졌어요

636
00:38:19,520 --> 00:38:21,880
레이철 니켈 살인 사건
관련 제보가

637
00:38:21,960 --> 00:38:24,960
현재까지 90건이
접수됐다고 합니다

638
00:38:25,040 --> 00:38:27,240
이 중 10건은
매우 유의미한 정보로 분류됐으며

639
00:38:27,320 --> 00:38:30,800
한 남성이
최우선 수사 대상에 올랐습니다

640
00:38:32,680 --> 00:38:36,480
지역 주민 두세 명으로부터
제보 전화가 들어왔어요

641
00:38:36,560 --> 00:38:38,920
몽타주 속 인물이

642
00:38:41,240 --> 00:38:44,880
콜린 스태그라는 남자와
닮았다는 내용이었죠

643
00:38:47,080 --> 00:38:48,880
제보 전화를 준 이들은

644
00:38:48,960 --> 00:38:53,280
스태그가 그런 범행을
저지를 만한 사람이라고 진술했고

645
00:38:53,360 --> 00:38:55,800
실제로 스태그는
사건이 일어난 시각 무렵

646
00:38:55,880 --> 00:38:58,800
윔블던 코먼에 있었다고
인정하기도 했어요

647
00:39:01,120 --> 00:39:04,960
사건 현장 근처에서
남자를 봤다는 여성 목격자는

648
00:39:05,040 --> 00:39:09,160
이후에 있었던 신원 확인 과정에서

649
00:39:09,240 --> 00:39:10,320
스태그를 지목했어요

650
00:39:10,400 --> 00:39:11,680
"레이철 살인 사건:
남성 체포"

651
00:39:11,760 --> 00:39:14,320
경찰은 어제 정오쯤
한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

652
00:39:14,400 --> 00:39:15,960
용의자는 현재
조사를 받고 있습니다

653
00:39:17,480 --> 00:39:19,720
스태그는 윔블던 코먼 근처에
살고 있었어요

654
00:39:20,320 --> 00:39:23,480
그래서 체포 당시
경찰이 집을 수색했는데

655
00:39:24,000 --> 00:39:27,600
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많았어요

656
00:39:28,560 --> 00:39:32,680
현장에 도착했을 때
현관에 뭔가가 붙어 있었어요

657
00:39:33,880 --> 00:39:36,160
"스태그"

658
00:39:36,640 --> 00:39:38,960
기독교인은 조심하라는
내용의 문구였죠

659
00:39:39,040 --> 00:39:40,640
"기독교인 접근 금지
여기는 이교도의 집"

660
00:39:40,720 --> 00:39:42,040
그리고 어떤 방은

661
00:39:42,120 --> 00:39:45,880
별자리 그림이
바닥에 그려져 있었고

662
00:39:45,960 --> 00:39:48,440
고딕풍 이미지가 벽에 가득했어요

663
00:39:48,520 --> 00:39:50,200
아주 기이한 곳이었죠

664
00:39:50,280 --> 00:39:52,160
수사관 한 명이
벽장 하나를 열었는데

665
00:39:52,240 --> 00:39:55,640
그 안에는 생존 장비가
채워져 있었어요

666
00:39:55,720 --> 00:39:56,960
칼도 있었고

667
00:39:57,640 --> 00:40:00,600
끝에 쇠공이 달린
곤봉 같은 것도 있더군요

668
00:40:00,680 --> 00:40:05,640
평범한 사람의 집이라고
보긴 어려웠고

669
00:40:05,720 --> 00:40:08,120
뭔가 비정상적이었어요

670
00:40:08,200 --> 00:40:12,000
게다가 범인 프로파일과
놀라울 정도로 일치했죠

671
00:40:13,720 --> 00:40:15,680
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

672
00:40:16,560 --> 00:40:20,120
범인 프로파일에는
딱 들어맞았지만

673
00:40:20,640 --> 00:40:23,600
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할
결정적 증거가 없었거든요

674
00:40:24,520 --> 00:40:28,440
스태그는 윔블던 코먼에서
나체로 일광욕을 했다고 인정했고

675
00:40:28,520 --> 00:40:33,560
그 혐의로 외설죄가 적용됐지만
이후 곧 풀려났어요

676
00:40:35,480 --> 00:40:37,000
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죠

677
00:40:37,080 --> 00:40:40,320
스태그는 유력한 용의자인 데다

678
00:40:40,400 --> 00:40:44,120
사실상 유일한
용의자기도 했으니까요

679
00:40:44,200 --> 00:40:48,520
그래서 다시 한번
범인이 맞는지 확인했지만

680
00:40:48,600 --> 00:40:50,560
법의학 증거가 없이는

681
00:40:51,280 --> 00:40:52,400
섣불리 단정하기 힘들었죠

682
00:40:57,480 --> 00:41:01,280
콜린 스태그가 풀려난 뒤
기자들이 집 앞까지 찾아왔어요

683
00:41:04,360 --> 00:41:07,400
앨릭스는 살해 현장을 본
유일한 목격자였고

684
00:41:07,960 --> 00:41:11,200
범인은 여전히
잡히지 않은 상태였죠

685
00:41:11,280 --> 00:41:12,760
그 말은 우리도
위험하단 뜻이었어요

686
00:41:13,400 --> 00:41:15,840
더는 이곳이
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

687
00:41:15,920 --> 00:41:17,640
아이를 데리고
떠나기로 마음먹었죠

688
00:41:21,320 --> 00:41:23,920
그땐 누구도 믿을 수 없었어요

689
00:41:25,560 --> 00:41:30,280
뒤를 밟히거나 추적당하지 않게
모든 조치를 취했어요

690
00:41:33,440 --> 00:41:35,760
그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죠

691
00:41:40,080 --> 00:41:43,080
일단 바다로 향했어요

692
00:41:43,160 --> 00:41:47,760
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범인과
수단을 가리지 않는 언론으로부터

693
00:41:47,840 --> 00:41:50,560
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서요

694
00:41:51,440 --> 00:41:55,160
가족과 친구
모든 걸 두고 떠났어요

695
00:41:55,240 --> 00:41:56,960
함께 살던 집도 남겨 두고

696
00:41:57,040 --> 00:42:00,240
손에 들고 갈 수 있는 것만
가지고 나왔죠

697
00:42:00,760 --> 00:42:04,480
그렇게 국경을 넘어
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들어섰어요

698
00:42:09,360 --> 00:42:14,280
"6개월 후"

699
00:42:23,840 --> 00:42:27,000
레이철과 늘 프랑스로 가자고
말하곤 했어요

700
00:42:32,760 --> 00:42:35,240
제가 10대 시절 프랑스에서
많은 시간을 보냈거든요

701
00:42:36,640 --> 00:42:38,000
테니스도 많이 치고

702
00:42:38,560 --> 00:42:40,480
히치하이킹을 하며
이곳저곳을 다녔죠

703
00:42:40,560 --> 00:42:42,320
그래서 꽤 익숙한 나라였어요

704
00:42:44,120 --> 00:42:47,800
우리가 도착한 곳은 해안에서
좀 떨어진 작은 마을이었어요

705
00:42:48,680 --> 00:42:50,960
처음으로 집 앞에 차를 세우고

706
00:42:51,040 --> 00:42:53,560
열쇠를 손에 쥔 채
문을 열었을 땐

707
00:42:55,080 --> 00:42:58,240
새 인생이 시작되는 기분이었어요

708
00:43:00,720 --> 00:43:03,400
아빠는 2개뿐이야
넌 저기 50개나 있잖아

709
00:43:03,480 --> 00:43:04,640
밑을 봐

710
00:43:04,720 --> 00:43:06,720
그야말로 평화로웠어요

711
00:43:07,960 --> 00:43:09,480
아담한 집에

712
00:43:10,440 --> 00:43:12,160
안뜰 건너편으로는

713
00:43:12,240 --> 00:43:15,520
닭들이 있었고
강아지들이 마당을 뛰놀았죠

714
00:43:16,120 --> 00:43:19,720
그제야 드디어 멈춰 서서

715
00:43:19,800 --> 00:43:24,080
주변도 좀 돌아보고
잠시나마 평온을 느낄 수 있었죠

716
00:43:26,960 --> 00:43:28,440
앨릭스, 진정해

717
00:43:29,200 --> 00:43:30,240
천천히 먹어

718
00:43:31,000 --> 00:43:33,480
그렇게 먹으면 나중에 배 아파

719
00:43:33,560 --> 00:43:37,880
그동안 겪은 악몽 같은 세상을
벗어났다고 느꼈어요

720
00:43:37,960 --> 00:43:40,640
이제야 평화를 찾은 기분이었죠

721
00:43:42,440 --> 00:43:46,480
모든 게 조금씩
나아지는 것 같았어요

722
00:43:47,000 --> 00:43:49,480
완벽한 행복이었어요

723
00:43:51,320 --> 00:43:54,080
다시 익명 속으로
돌아간 느낌이었죠

724
00:44:04,080 --> 00:44:07,600
레이철 니켈 살해 사건을
담당하고 있는 수사 팀이

725
00:44:07,680 --> 00:44:10,480
사건 발생 1년을 맞아
새로운 진전이 없는 한

726
00:44:10,560 --> 00:44:14,800
몇 주 안에 수사 규모를
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

727
00:44:14,880 --> 00:44:20,560
앞으로 두 달 안에
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

728
00:44:20,640 --> 00:44:23,560
수사는 종결될 겁니다

729
00:44:23,640 --> 00:44:26,600
존 배싯 경정은 언론에
새로운 단서가 없다고 밝히며

730
00:44:27,200 --> 00:44:29,960
수사는 가능한 모든 단계를 거쳤고

731
00:44:30,040 --> 00:44:31,400
곧 종료될 거라고 말했어요

732
00:44:32,280 --> 00:44:34,920
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
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죠

733
00:44:39,880 --> 00:44:42,840
거기엔 편지를 동봉한다면서

734
00:44:42,920 --> 00:44:45,800
읽고 싶지 않으면
안 읽어도 된다고 쓰여 있었죠

735
00:44:46,760 --> 00:44:50,000
하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서
결국 읽어 봤어요

736
00:44:50,080 --> 00:44:52,840
한 여성으로부터
전화를 받았습니다

737
00:44:52,920 --> 00:44:56,520
TV에서 콜린 스태그를 보고
연락을 준 거였어요

738
00:44:56,600 --> 00:44:57,920
여성은 TV에 나온 남자와

739
00:44:58,000 --> 00:45:03,440
펜팔 클럽을 통해
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했어요

740
00:45:04,920 --> 00:45:06,320
그런데 그 내용이 이상했댔죠

741
00:45:08,280 --> 00:45:12,080
그 사람이 쓴 편지는 온통
추잡하고 저속한 말로 가득했어요

742
00:45:12,880 --> 00:45:15,560
자기가 쓴 편지가 맘에 드는지
묻기도 했어요

743
00:45:16,080 --> 00:45:18,560
저는 그다지
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했고

744
00:45:18,640 --> 00:45:20,760
남자는 또 다른 편지를 썼다며

745
00:45:21,280 --> 00:45:24,000
저한테 보내도 되냐고 물었고
저는 싫다고 대답했죠

746
00:45:24,080 --> 00:45:27,440
그 사람한테서 또 편지가 오면
바로 경찰에 넘길 생각이었어요

747
00:45:28,120 --> 00:45:30,840
제보자가 보내 준 편지들 덕분에

748
00:45:30,920 --> 00:45:35,480
콜린 스태그의 내면을
조금은 엿볼 수 있었어요

749
00:45:37,080 --> 00:45:41,200
그러고 존 배싯 경정님이
절 위층 사무실로 불러서

750
00:45:41,720 --> 00:45:44,360
한 여성 경찰관을 소개하더군요

751
00:45:44,440 --> 00:45:45,480
경정님이 말했어요

752
00:45:45,560 --> 00:45:49,360
'우리 팀 경사야
진행 중인 작전을 말해 줘'

753
00:45:50,240 --> 00:45:52,440
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으니

754
00:45:52,520 --> 00:45:54,840
위장 수사가 예정돼 있더군요

755
00:45:55,640 --> 00:45:59,800
콜린 스태그의 성적 환상을 이용해

756
00:45:59,880 --> 00:46:02,960
실제 살인범만이 알고 있을 정보를

757
00:46:03,040 --> 00:46:05,400
끌어내는 게 목적이었어요

758
00:46:05,480 --> 00:46:06,640
경찰이 절 찾아와

759
00:46:06,720 --> 00:46:10,000
이 작전에
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어요

760
00:46:11,160 --> 00:46:12,880
작전 방식은 이랬어요

761
00:46:12,960 --> 00:46:18,320
먼저 위장 수사관이
리지 제임스라는 가명으로

762
00:46:18,400 --> 00:46:21,280
콜린 스태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

763
00:46:21,360 --> 00:46:25,160
편지에 성적 환상을
털어놓도록 유도하고

764
00:46:25,240 --> 00:46:26,600
"P.S. 내 이름은 리지 제임스예요"

765
00:46:26,680 --> 00:46:30,120
만약에 답장한 편지의 내용이

766
00:46:30,200 --> 00:46:32,920
어떤 면에서

767
00:46:33,000 --> 00:46:38,240
레이철 니켈을 죽인
범인의 심리와 일치한다면

768
00:46:38,320 --> 00:46:41,800
추가 수사를 위한
단서로 삼는 것이었죠

769
00:46:43,320 --> 00:46:45,440
그리고 콜린 스태그는
실제로 답장을 보냈어요

770
00:46:46,440 --> 00:46:49,560
리지에게, 내 편지가
마음에 들어서 다행이에요

771
00:46:49,640 --> 00:46:54,040
당신도 나만큼이나 개방적이고
자유분방한 사람이라 기쁩니다

772
00:46:54,120 --> 00:46:55,840
당신을 지배하고 싶어요

773
00:46:55,920 --> 00:46:59,440
내가 당신에게 할 일들을 상상하면
정말 눈물이 날 정도일 거예요

774
00:47:00,160 --> 00:47:03,040
당신은 모욕감에 젖어
더럽혀진 채로 남겠죠

775
00:47:03,120 --> 00:47:04,840
경찰은 크게 들떴어요

776
00:47:05,440 --> 00:47:10,240
처음으로 콜린 스태그에서
성적인 요소가 나왔거든요

777
00:47:11,160 --> 00:47:15,280
이제는 위장 수사가
정당했다고 확신했어요

778
00:47:15,360 --> 00:47:17,120
아직 밝혀야 할 게 있고

779
00:47:17,200 --> 00:47:20,240
그동안의 수고가
헛되지 않았다고 믿었죠

780
00:47:35,360 --> 00:47:38,520
프랑스에 정착한 지
1년쯤 됐을 때였어요

781
00:47:38,600 --> 00:47:41,440
앨릭스와 장난으로
칼싸움을 하고 있었어요

782
00:47:45,800 --> 00:47:49,400
앨릭스가 그러는 거예요
'나쁜 아저씨 왔을 때 같아'

783
00:47:50,560 --> 00:47:53,560
순간 숨이 멎는 듯했지만

784
00:47:53,640 --> 00:47:55,960
아무렇지 않은 척
그대로 놀아 줬어요

785
00:48:00,000 --> 00:48:04,280
그러고 어느 날 아침
빨간 탁자에 앉아서

786
00:48:04,360 --> 00:48:06,960
카메라를 세워 두고

787
00:48:08,000 --> 00:48:11,480
그날 일어났던 일을
차분히 이야기해 보려 했죠

788
00:48:17,480 --> 00:48:18,920
앨릭스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고

789
00:48:19,000 --> 00:48:21,480
저한테 그림 그리는 걸
도와달라고 했어요

790
00:48:22,880 --> 00:48:28,720
아빠, 엄마 그림 그리는 거
도와줄 수 있어?

791
00:48:29,520 --> 00:48:31,240
그렇게 그림을 그리던 중

792
00:48:31,320 --> 00:48:32,920
앨릭스는 자신이 본 일을

793
00:48:33,000 --> 00:48:35,840
명확히 드러내는 말을 했어요

794
00:48:36,640 --> 00:48:38,000
엄마가 아저씨를 봤어?

795
00:48:39,320 --> 00:48:41,000
못 봤을 거야

796
00:48:41,080 --> 00:48:42,960
못 봤다고? 네가 먼저 봤어?

797
00:48:44,120 --> 00:48:46,040
응, 내가 먼저 봤어

798
00:48:47,160 --> 00:48:49,120
가방을 들고 있었니?

799
00:48:49,840 --> 00:48:50,680
응

800
00:48:50,760 --> 00:48:53,000
그 아저씨가 열었어
아니면 이미 열려 있었어?

801
00:48:53,080 --> 00:48:54,040
그 아저씨가 열었어

802
00:48:54,120 --> 00:48:55,440
뭘 꺼냈는데?

803
00:48:55,520 --> 00:48:56,480
칼

804
00:48:58,200 --> 00:49:01,080
이게 엄마고
여기 이게 나쁜 아저씨야

805
00:49:01,600 --> 00:49:02,680
칼은 어디 있어?

806
00:49:10,680 --> 00:49:12,920
- 너한테는 뭘 했어?
- 날 밀었어

807
00:49:13,000 --> 00:49:14,560
- 밀었다고?
- 응

808
00:49:15,080 --> 00:49:17,920
나쁜 아저씨가 엄마를 찔렀어

809
00:49:18,000 --> 00:49:19,360
뭘로 찔렀는데?

810
00:49:19,440 --> 00:49:21,480
칼, 이게 그 아저씨 칼이야

811
00:49:22,000 --> 00:49:23,200
네가 봤어?

812
00:49:23,920 --> 00:49:25,280
응, 칼 있는 거 봤어

813
00:49:25,360 --> 00:49:26,920
전부 다 봤니?

814
00:49:28,040 --> 00:49:30,320
봤어, 전부 봤어

815
00:49:30,840 --> 00:49:32,200
전부 다

816
00:49:33,200 --> 00:49:34,760
앨릭스는 그 자리에서
모든 걸 봤어요

817
00:49:34,840 --> 00:49:37,920
그 끔찍한 기억을
스스로 받아들이고

818
00:49:38,000 --> 00:49:42,040
머릿속 깊은 곳에 감춘 채
1년 가까운 시간을 버틴 거예요

819
00:49:42,920 --> 00:49:45,840
- 거의 다 봤겠네?
- 응, 다 봤어

820
00:49:45,920 --> 00:49:47,360
다른 데도 봤니?

821
00:49:48,520 --> 00:49:51,200
응, 저쪽을 봤어

822
00:49:51,920 --> 00:49:55,560
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나 보려고

823
00:49:55,640 --> 00:49:56,960
- 그랬어?
- 응

824
00:49:57,040 --> 00:49:58,240
많이 끔찍했겠네?

825
00:49:58,760 --> 00:50:01,040
응, 진짜로 끔찍했어

826
00:50:03,920 --> 00:50:05,520
듣기 힘들었어요

827
00:50:05,600 --> 00:50:08,400
제 아이잖아요, 제 자식요

828
00:50:09,120 --> 00:50:11,720
앨릭스와 레이철이 있던 곳에
저만 없었어요

829
00:50:11,800 --> 00:50:15,840
그해 내내 상상했어요
밤마다 수없이 되뇌면서요

830
00:50:15,920 --> 00:50:17,680
둘이 겪은 일을 알고 싶었어요

831
00:50:17,760 --> 00:50:19,080
그래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

832
00:50:19,160 --> 00:50:22,160
고통을 함께
나눌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

833
00:50:22,240 --> 00:50:25,240
그리고 그날 앨릭스의 입을 통해

834
00:50:25,320 --> 00:50:29,440
앨릭스가 본 것들을
정확히 알게 됐는데

835
00:50:29,520 --> 00:50:33,880
그 순간 제가 그 장면으로
되돌아간 기분이었어요

836
00:50:33,960 --> 00:50:36,920
둘에게 어떤 시간이었을지
생각만 해도 괴롭더군요

837
00:50:39,920 --> 00:50:42,280
그로부터 몇 주 뒤

838
00:50:42,360 --> 00:50:43,880
소식을 듣게 됐어요

839
00:50:43,960 --> 00:50:47,800
콜린 스태그가 레이철 살해 혐의로
기소됐다는 소식이었죠

840
00:50:48,360 --> 00:50:52,880
런던 경찰청은 오늘 새벽 5시 30분
콜린 프랜시스 스태그가

841
00:50:52,960 --> 00:50:55,400
런던 남서부 로햄프턴 자택에서
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

842
00:50:55,480 --> 00:50:57,000
"1993년 8월 17일
사건 발생 13개월 후"

843
00:50:57,080 --> 00:51:00,320
체포가 이루어진 곳은
1년 전 레이철 니켈이 살해된

844
00:51:00,400 --> 00:51:02,760
윔블던 코먼에서
1.5km 남짓 떨어진 곳이었습니다

845
00:51:02,840 --> 00:51:04,800
경찰은 온종일
스태그의 정원을 파헤치며

846
00:51:04,880 --> 00:51:07,040
금속 탐지기로
주변을 수색했습니다

847
00:51:07,120 --> 00:51:12,400
콜린 스태그는
살인 용의자로 체포돼

848
00:51:13,120 --> 00:51:14,560
윔블던 경찰서로 연행됐어요

849
00:51:15,600 --> 00:51:20,440
이번 체포는 여성 경찰관이 참여한
위장 수사의 성과였습니다

850
00:51:20,520 --> 00:51:23,400
스태그의 신뢰를 얻는 것이
작전의 핵심이었죠

851
00:51:23,480 --> 00:51:25,800
정식으로 본인을
소개해 주시겠습니까?

852
00:51:26,320 --> 00:51:28,640
네, 저는 현직 경찰입니다

853
00:51:28,720 --> 00:51:31,920
이 자리에는
리지 제임스로 참석했습니다

854
00:51:32,000 --> 00:51:35,800
리지 제임스와 주고받은
서른에서 마흔 통가량의 편지를

855
00:51:36,920 --> 00:51:39,040
그쪽한테 보여 드린다면

856
00:51:40,400 --> 00:51:44,720
그 안에 언급된
성관계에 대한 욕망이나

857
00:51:44,800 --> 00:51:50,600
윔블던 코먼 같은 숲속에서의
성행위에 대해 할 말이 있습니까?

858
00:51:50,680 --> 00:51:52,480
칼을 사용하거나…

859
00:51:52,560 --> 00:51:53,560
할 말 없습니다

860
00:51:53,640 --> 00:51:56,440
피를 흘리게 하는
내용에 대해서는요?

861
00:51:56,520 --> 00:51:57,480
할 말 없습니다

862
00:51:57,560 --> 00:52:00,280
위장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

863
00:52:00,360 --> 00:52:03,200
콜린 스태그는
위장 경찰관을 직접 만났고

864
00:52:03,280 --> 00:52:06,280
한 통의 편지를 건넸죠

865
00:52:06,880 --> 00:52:09,240
그 편지에는 칼과 끈 등

866
00:52:09,320 --> 00:52:12,760
범인의 환상 속에 등장하던
여러 요소가 담겨 있었어요

867
00:52:12,840 --> 00:52:15,000
이 편지 기억나요, 콜린?

868
00:52:15,080 --> 00:52:16,240
할 말 없습니다

869
00:52:17,360 --> 00:52:19,400
'남자는 옷 더미로 다가가'

870
00:52:19,480 --> 00:52:22,040
'그 안에서 끈과 칼을 꺼낸다'

871
00:52:22,560 --> 00:52:25,720
레이철 니켈의 살인범은

872
00:52:25,800 --> 00:52:29,560
아주 구체적인
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

873
00:52:29,640 --> 00:52:31,360
흔치 않은 형태로요

874
00:52:32,600 --> 00:52:37,640
그런데 콜린 스태그가
같은 유형의 환상을 드러낸 거예요

875
00:52:39,760 --> 00:52:42,920
리지 제임스와
주고받은 편지들을 보면

876
00:52:43,000 --> 00:52:44,400
당신의 환상이 변해 갔어요

877
00:52:45,800 --> 00:52:47,160
점점 더 일탈적이고

878
00:52:47,240 --> 00:52:50,160
더 지배적이며
더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됐죠

879
00:52:50,680 --> 00:52:53,080
상대를 모욕하고
지배하려는 욕구가 짙어졌어요

880
00:52:53,160 --> 00:52:56,400
너무 많은 정황이
콜린 스태그를 가리켰어요

881
00:52:57,000 --> 00:53:00,120
당신은 그날
풍차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

882
00:53:00,200 --> 00:53:02,320
잔디밭에 앉았을 거예요

883
00:53:02,400 --> 00:53:06,360
리지 제임스에게 쓴 편지에도
그 장면을 직접 묘사했더군요

884
00:53:07,440 --> 00:53:10,480
금발의 여성이
다가오는 것도 봤을 거예요

885
00:53:10,560 --> 00:53:12,560
저 멀리서부터요

886
00:53:12,640 --> 00:53:15,160
- 그렇지 않나요?
- 할 말 없습니다

887
00:53:15,240 --> 00:53:18,560
당신은 높은 지점에서
레이철을 내려다보며 관찰했어요

888
00:53:18,640 --> 00:53:21,040
그러다 급히 달려 내려와
레이철을 급습했겠죠

889
00:53:21,120 --> 00:53:24,040
아이의 얼굴부터
바닥에 엎어눌렀어요

890
00:53:25,000 --> 00:53:27,320
진흙 바닥에
얼굴을 밀어 넣은 거예요

891
00:53:28,600 --> 00:53:32,960
- 할 말 없습니다
- 그 뒤 레이철을 49번 찔렀어요

892
00:53:33,040 --> 00:53:33,920
할 말 없습니다

893
00:53:34,000 --> 00:53:40,120
그렇게 1992년 7월 15일
윔블던 코먼에서

894
00:53:40,200 --> 00:53:42,440
당신은 레이철 니켈을 살해했어요

895
00:53:42,520 --> 00:53:45,400
다수의 자상으로
레이철을 죽음에 이르게 했죠

896
00:53:45,920 --> 00:53:46,960
할 말 없습니다

897
00:53:50,040 --> 00:53:52,920
인근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보낸
콜린 스태그는

898
00:53:53,000 --> 00:53:56,360
윔블던 치안 법원으로
신속히 이송돼

899
00:53:56,440 --> 00:53:58,760
레이철 니켈 살해 혐의로
기소됐습니다

900
00:54:01,960 --> 00:54:05,080
법원은 스태그를 다음 주까지
구금하기로 결정했습니다

901
00:54:05,680 --> 00:54:07,800
검찰청은 편지와 면담 내용 등

902
00:54:07,880 --> 00:54:12,680
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

903
00:54:12,760 --> 00:54:17,320
살인 혐의로 기소할
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어요

904
00:54:19,560 --> 00:54:22,080
콜린 스태그가 구속된 이상

905
00:54:22,160 --> 00:54:25,360
제 입장에선
사건이 마무리된 셈이었죠

906
00:54:26,680 --> 00:54:30,720
그래서 이참에
다른 일을 맡기로 하고

907
00:54:31,240 --> 00:54:33,520
수사에서 손을 뗐어요

908
00:54:35,600 --> 00:54:38,680
콜린 스태그가 구속됐다는 사실은

909
00:54:38,760 --> 00:54:41,000
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어요

910
00:54:41,080 --> 00:54:42,960
하지만 우리가 일찍부터
배운 게 있어요

911
00:54:43,040 --> 00:54:48,640
우리 같은 일을 겪으면
쉽게 마음을 놓지 않아요

912
00:54:49,400 --> 00:54:52,120
늘 스스로를 보호하고

913
00:54:52,200 --> 00:54:55,400
상황을 지켜보는 태도를
갖게 되거든요

914
00:55:04,960 --> 00:55:08,600
"3개월 후"

915
00:55:09,120 --> 00:55:11,840
"런던 남동부, 플럼스테드"

916
00:55:11,920 --> 00:55:13,200
런던 남부 경찰이

917
00:55:13,280 --> 00:55:15,800
네 살배기 소녀와 어머니를
살해한 범인을 쫓는 가운데

918
00:55:15,880 --> 00:55:16,720
"1993년 11월 6일"

919
00:55:16,800 --> 00:55:19,520
이번 사건을
가장 충격적인 범죄로 꼽았습니다

920
00:55:19,600 --> 00:55:21,040
제가 엄마예요

921
00:55:22,080 --> 00:55:24,120
서맨사 비셋과 재즈민의 지인들은

922
00:55:24,200 --> 00:55:26,120
여전히 충격에서
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

923
00:55:27,720 --> 00:55:30,720
경찰은 범행의 잔혹함에
크게 충격을 받았습니다

924
00:55:30,800 --> 00:55:34,360
한 고위 관계자는
부상이 끔찍했다고 밝혔습니다

925
00:55:35,160 --> 00:55:37,960
저는 그래도
꽤 강한 편이라고 생각해요

926
00:55:38,760 --> 00:55:40,880
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지만…

927
00:55:42,280 --> 00:55:44,160
지금도 그 현장을 떠올리면

928
00:55:44,240 --> 00:55:45,520
"미키 뱅크스
경정, 런던 경찰청"

929
00:55:45,600 --> 00:55:48,920
'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?'
그런 생각밖에 안 들어요

930
00:55:50,000 --> 00:55:53,880
미키 뱅크스 경정님은
제 상관이자 수사 책임자였어요

931
00:55:53,960 --> 00:55:55,480
"로저 보이델스미스
경사, 런던 경찰청"

932
00:55:55,560 --> 00:55:57,640
그분이 제 어깨에
손을 얹고 말했죠

933
00:55:57,720 --> 00:56:02,600
'로저, 마음 단단히 먹어
내가 본 사건 중 최악이니까'

934
00:56:02,680 --> 00:56:04,160
그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

935
00:56:06,800 --> 00:56:09,840
우린 감식반과 함께
사건 현장에 들어가

936
00:56:09,920 --> 00:56:11,120
집 안을 살폈어요

937
00:56:12,360 --> 00:56:14,560
방 하나짜리 작은 집이었는데

938
00:56:14,640 --> 00:56:17,720
그곳에서 서맨사 비셋이

939
00:56:17,800 --> 00:56:20,840
네 살 난 딸과 함께
침실을 같이 쓰며 살았어요

940
00:56:21,880 --> 00:56:25,120
서맨사는 싱글 맘이었고
형편이 빠듯했을 거예요

941
00:56:26,160 --> 00:56:28,720
방 안엔 장난감이 가득했고

942
00:56:28,800 --> 00:56:31,000
벽에는 재즈민의 그림들이
걸려 있었어요

943
00:56:32,480 --> 00:56:35,000
모녀가 다정하게 지낸 것 같았죠

944
00:56:36,680 --> 00:56:37,720
현관 쪽으로 들어서자

945
00:56:37,800 --> 00:56:42,880
서맨사가 복도에서
흉기에 찔린 흔적이 보였어요

946
00:56:44,560 --> 00:56:46,320
거실로 끌려간 뒤

947
00:56:46,400 --> 00:56:50,000
커다란 쿠션 위에
별 모양으로 눕혀져 있더군요

948
00:56:50,880 --> 00:56:53,200
시신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는데

949
00:56:53,800 --> 00:56:56,600
다리를 절단하려 한 흔적이 있었고

950
00:56:56,680 --> 00:56:59,120
몸이 절개된 상태였어요

951
00:57:01,760 --> 00:57:04,200
복도를 따라 돌아 나오니

952
00:57:04,280 --> 00:57:07,280
오른편으로 현관 가까이에
침실이 있었어요

953
00:57:07,360 --> 00:57:09,280
방 안으로 들어서자

954
00:57:09,360 --> 00:57:14,440
이불 아래로 아이의 머리카락이
살짝 보이더군요

955
00:57:15,920 --> 00:57:18,440
헝클어진 머리카락이
눈에 들어왔죠

956
00:57:18,520 --> 00:57:21,160
알고 보니 질식사한 거였어요

957
00:57:21,240 --> 00:57:22,640
성폭행의 흔적도 있었고요

958
00:57:23,160 --> 00:57:25,600
이미 숨은 멎었지만
자는 것처럼 보였죠

959
00:57:28,600 --> 00:57:31,080
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
제일 먼저 들었어요

960
00:57:31,160 --> 00:57:33,000
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었거든요

961
00:57:35,160 --> 00:57:39,320
이 끔찍한 짓을 저지른 놈을
잡아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었죠

962
00:57:39,400 --> 00:57:42,440
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어요

963
00:57:42,520 --> 00:57:44,720
안 그럼 또 누군가 죽을 테니까요

964
00:57:44,800 --> 00:57:46,640
이런 사람들은 한번 선을 넘으면

965
00:57:46,720 --> 00:57:50,640
결국 멈추지 못하고
연쇄 살인범이 돼요

966
00:57:53,960 --> 00:57:56,160
현장에는 수백 개의 지문이
남아 있었고

967
00:57:56,240 --> 00:57:59,960
모두 지문 감식반으로 보내

968
00:58:00,040 --> 00:58:02,000
하나하나 살펴봤어요

969
00:58:05,720 --> 00:58:08,560
지문 감식관들은
확대경으로 들여다보면서

970
00:58:08,640 --> 00:58:12,280
지문의 곡선과 무늬를
일일이 대조해야 했어요

971
00:58:12,360 --> 00:58:14,000
예술에 가까운 일이죠

972
00:58:15,040 --> 00:58:17,400
그렇게 두 달쯤 지나서야

973
00:58:17,480 --> 00:58:21,440
모든 지문의 신원이 확인됐어요

974
00:58:22,600 --> 00:58:24,960
그 자체로도 꽤 이례적인 일이었죠

975
00:58:25,040 --> 00:58:29,200
이런 경우 한두 개쯤은
신원 미상으로 남기 마련이고

976
00:58:29,280 --> 00:58:31,640
보통은 그게
용의자의 지문이거든요

977
00:58:31,720 --> 00:58:35,000
DNA는 고사하고
작은 실마리도 없었어요

978
00:58:35,080 --> 00:58:38,600
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건
하나도 나오지 않았죠

979
00:58:38,680 --> 00:58:41,920
아무것도 못 찾았는데
매우 드문 일이었어요

980
00:58:42,000 --> 00:58:44,400
집에는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으며

981
00:58:44,480 --> 00:58:47,360
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
단서가 거의 없다고 밝혔습니다

982
00:58:47,440 --> 00:58:50,840
젊은 어머니와 어린 딸을 살해한
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는

983
00:58:50,920 --> 00:58:53,280
오직 범인만이
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

984
00:58:54,040 --> 00:58:57,880
당시 제 상관이었던 총경님이

985
00:58:57,960 --> 00:59:00,760
폴 브리턴을
투입하자고 제안했어요

986
00:59:02,480 --> 00:59:03,800
이런 쪽의 전문가였고

987
00:59:03,880 --> 00:59:07,000
레이철 니켈 사건에서도
많은 역할을 했으니까요

988
00:59:10,560 --> 00:59:15,040
저는 곧바로 현장으로 향했어요

989
00:59:15,120 --> 00:59:20,160
서맨사와 재즈민 비셋이 살던
집 자체가

990
00:59:20,240 --> 00:59:22,840
범행의 맥락에서
아주 중요한 위치였어요

991
00:59:22,920 --> 00:59:25,520
집 바로 뒤편에

992
00:59:25,600 --> 00:59:28,000
작은 정원이 있었어요

993
00:59:31,920 --> 00:59:33,160
그리고 그 너머엔

994
00:59:34,000 --> 00:59:35,880
나무들이 둘러싼 둔덕이 있었는데

995
00:59:35,960 --> 00:59:39,600
범인이 여성을 지켜보며
환상을 키우기 좋았어요

996
00:59:40,320 --> 00:59:41,880
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맴돌았겠죠

997
00:59:41,960 --> 00:59:43,840
'넌 날 조롱할 수 없어'

998
00:59:43,920 --> 00:59:46,320
'감히 누굴 갖고 놀아?'

999
00:59:46,400 --> 00:59:48,880
'네가 어떤 꼴을 당할지
두고 보라지'

1000
00:59:49,640 --> 00:59:52,640
임상 심리학자인 폴 브리턴께 묻죠
범인을 얼마나 파악했다고 보나요?

1001
00:59:52,720 --> 00:59:55,640
범행 당시 가해자가
어떤 생각을 했는진

1002
00:59:55,720 --> 00:59:57,360
꽤 명확하게 알 수 있다고 봅니다

1003
00:59:57,440 --> 01:00:01,720
제가 진짜 알고 싶은 건
어떻게 그 길에 들어섰는가예요

1004
01:00:01,800 --> 01:00:05,160
서맨사를 해치고 살해에 이르게 한
그 시작점이 무엇이었는지요

1005
01:00:05,240 --> 01:00:06,680
그 얘길 직접 듣고 싶으세요?

1006
01:00:06,760 --> 01:00:09,000
범인이 전화를 걸어 와서

1007
01:00:09,080 --> 01:00:12,120
폴 브리턴을 바꿔 달라며
먼저 나설 리도 없는데요

1008
01:00:12,200 --> 01:00:15,720
그러고 싶어 할 가능성도
어느 정도 있다고 봅니다

1009
01:00:17,400 --> 01:00:21,480
일면식도 없는 사람을
공격할 일은 드물어요

1010
01:00:23,320 --> 01:00:26,160
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면
더더욱 그렇죠

1011
01:00:27,960 --> 01:00:31,120
아마 이전에도
비슷한 일을 저질렀을 거예요

1012
01:00:31,200 --> 01:00:33,120
이런 폭력성이
하루아침에 생기진 않아요

1013
01:00:33,200 --> 01:00:35,640
조금씩 그 수준에
이르게 되는 거죠

1014
01:00:37,560 --> 01:00:40,760
저희가 도무지
이해할 수 없었던 건

1015
01:00:40,840 --> 01:00:44,880
윔블던 코먼 사건과
플럼스테드 사건 사이의 간격이

1016
01:00:44,960 --> 01:00:50,120
불과 16개월이었다는 점이었어요

1017
01:00:50,640 --> 01:00:52,960
서로 다른 두 사람이

1018
01:00:53,040 --> 01:00:57,560
이렇게 잔혹하고 대담한 범죄를
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더군요

1019
01:00:57,640 --> 01:01:01,360
그래서 동일범의 소행일
가능성을 제기했죠

1020
01:01:03,280 --> 01:01:08,040
피해자들의 나이와
외모도 비슷했고

1021
01:01:08,720 --> 01:01:12,280
두 사건 모두
아이가 현장에 있었고

1022
01:01:12,960 --> 01:01:17,040
레이철 니켈과 서맨사 비셋
둘 다 흉기에 수차례 찔렸는데

1023
01:01:17,120 --> 01:01:18,640
그게 50여 차례나 됐어요

1024
01:01:21,160 --> 01:01:22,880
저희 요청에 따라

1025
01:01:22,960 --> 01:01:25,960
니켈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 팀의
선임 수사관들이

1026
01:01:26,040 --> 01:01:27,480
저희 상황실로 찾아와

1027
01:01:28,720 --> 01:01:32,320
두 현장의 유사점을 논의했어요

1028
01:01:33,720 --> 01:01:37,800
하지만 그쪽 수사관들이
단번에 고개를 저으면서

1029
01:01:37,880 --> 01:01:41,160
동일범일 가능성을
즉시 부정하더군요

1030
01:01:41,240 --> 01:01:42,520
이유는 명확했어요

1031
01:01:42,600 --> 01:01:45,800
비셋 모녀가 살해될 당시
콜린 스태그는 구속 상태였거든요

1032
01:01:48,480 --> 01:01:53,520
그래서 오인 체포일 수도 있다고
강하게 강조했어요

1033
01:01:55,640 --> 01:01:57,000
상대 팀의 반응은 어땠나요?

1034
01:01:57,520 --> 01:02:01,960
적대적으로 나왔죠
확신에 찼더군요

1035
01:02:03,200 --> 01:02:05,440
절대로 잘못 잡았을 리 없다면서요

1036
01:02:07,520 --> 01:02:08,920
이미 용의자를 정해 두고

1037
01:02:09,000 --> 01:02:12,720
더 논의할 의지도
여지도 없어 보였어요

1038
01:02:13,800 --> 01:02:16,200
본인들이 잡은 사람이
범인일 거라고 믿었죠

1039
01:02:30,000 --> 01:02:32,400
선물 뜯어야지!

1040
01:02:34,040 --> 01:02:38,160
1년 반쯤 지나고 나니
앨릭스도 잘 지냈어요

1041
01:02:38,240 --> 01:02:42,520
지금은 나무 밑에
선물이 별로 없네

1042
01:02:42,600 --> 01:02:44,480
나무 밑에 잔뜩 있잖아

1043
01:02:44,560 --> 01:02:47,120
학교에도 잘 적응했고
친구들과 사이도 좋았어요

1044
01:02:47,200 --> 01:02:49,280
예전보다 훨씬 안정돼 있었죠

1045
01:02:49,360 --> 01:02:51,240
커다란 크레인이야

1046
01:02:55,360 --> 01:02:56,880
그 무렵

1047
01:02:57,440 --> 01:02:59,480
경찰이 연락해 오더군요

1048
01:03:00,480 --> 01:03:05,800
콜린 스태그의 재판에서
앨릭스의 증언이 필요하다고요

1049
01:03:08,240 --> 01:03:11,480
범인의 신체적 특징과 더불어

1050
01:03:11,560 --> 01:03:14,600
공격 전후의 행동을
증언해 주길 바랐죠

1051
01:03:16,920 --> 01:03:19,880
또다시 진퇴양난에 빠진 거예요

1052
01:03:20,760 --> 01:03:21,760
어쩌면 좋지 싶었어요

1053
01:03:21,840 --> 01:03:26,040
진짜로 범인일 수도 있는데
우리가 증언을 하지 않으면

1054
01:03:26,120 --> 01:03:27,400
다시 거리로 풀려나는 거잖아요

1055
01:03:27,480 --> 01:03:29,600
하지만 어린 앨릭스가

1056
01:03:29,680 --> 01:03:32,960
그 사람을 법정에서 마주하며
감당해야 할 대가는요?

1057
01:03:38,920 --> 01:03:42,280
"플럼스테드 경찰서"

1058
01:03:47,680 --> 01:03:50,320
그때부터 느낌이 왔어요
그냥 감이었죠

1059
01:03:50,840 --> 01:03:53,760
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
느낌이 들었어요

1060
01:03:59,560 --> 01:04:02,600
제가 겪은 사건 중
한 번도 없던 일이었어요

1061
01:04:02,680 --> 01:04:06,200
현장에 남은 모든 지문의
신원이 확인됐거든요

1062
01:04:12,960 --> 01:04:16,400
미키 뱅크스 경정님이 저한테

1063
01:04:16,920 --> 01:04:21,640
현장에서 찾은 지문들을
다시 확인하자고 제안했어요

1064
01:04:22,240 --> 01:04:24,360
서맨사 비셋의 지문으로
분류된 것까지도요

1065
01:04:25,520 --> 01:04:28,520
경정님이 집요하게 주장한 끝에

1066
01:04:29,120 --> 01:04:32,320
결국 지문 감식반이
그 요청을 받아들여

1067
01:04:32,400 --> 01:04:37,640
비셋의 집에서 발견된
일부 의심스러운 지문들을

1068
01:04:37,720 --> 01:04:39,840
다시 조사하기로 했죠

1069
01:04:46,040 --> 01:04:48,080
그러고 얼마 후

1070
01:04:48,160 --> 01:04:51,560
경정님이 연락해서
결과가 나왔다고 했어요

1071
01:04:53,040 --> 01:04:57,960
서맨사 비셋의 것으로 분류됐던
몇 개의 지문이

1072
01:05:00,840 --> 01:05:02,000
실제로는

1073
01:05:02,720 --> 01:05:04,400
남성의 것이랬죠

1074
01:05:05,200 --> 01:05:06,240
그게 로버트 내퍼였어요

1075
01:05:07,680 --> 01:05:10,480
실로 유레카 같은 순간이었어요

1076
01:05:11,600 --> 01:05:15,520
평생 못 잊을 거예요
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거든요

1077
01:05:16,120 --> 01:05:20,800
현장에서 로버트 내퍼의 지문이
서너 개쯤 발견됐어요

1078
01:05:20,880 --> 01:05:24,120
하나는 정원으로 통하는
유리문 난간에서

1079
01:05:24,200 --> 01:05:25,640
나머지는 안쪽에서 나왔죠

1080
01:05:25,720 --> 01:05:29,680
양방향 여닫이창으로
들어왔단 뜻이었어요

1081
01:05:31,200 --> 01:05:34,440
내퍼는 인근 지역 주민이었고
범죄 이력은 없다시피 했어요

1082
01:05:34,520 --> 01:05:38,160
두 달간 구금된 게 다였죠

1083
01:05:38,240 --> 01:05:40,920
내퍼가 지난 금요일
자택에서 체포됐습니다

1084
01:05:41,000 --> 01:05:42,800
플럼스테드 하이스트리트에
위치한 자택은

1085
01:05:42,880 --> 01:05:45,120
사건 현장으로부터
불과 800m 거리였습니다

1086
01:05:46,200 --> 01:05:48,720
내퍼를 체포하고
경찰서에서 평가해 보니

1087
01:05:48,800 --> 01:05:51,040
일종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어요

1088
01:05:51,120 --> 01:05:52,880
면담 중에도

1089
01:05:53,720 --> 01:05:56,840
제삼자에 대해 이야기하듯
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으며

1090
01:05:56,920 --> 01:05:58,800
자기 자신을
다른 사람처럼 지칭하더군요

1091
01:06:00,040 --> 01:06:03,720
스스로 우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
생각하는 타입이었어요

1092
01:06:03,800 --> 01:06:06,440
전반적으로 냉담하고 괴이했는데

1093
01:06:06,520 --> 01:06:10,360
내퍼를 만난 모두가
같은 평가를 내렸죠

1094
01:06:11,760 --> 01:06:15,200
내퍼가 거주하던
플럼스테드 하이스트리트 집은

1095
01:06:15,280 --> 01:06:17,160
아주 작은 원룸이었어요

1096
01:06:19,800 --> 01:06:22,840
침대도 매트리스도 없어서
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

1097
01:06:22,920 --> 01:06:24,440
그대로 바닥에 잤던 것 같아요

1098
01:06:26,560 --> 01:06:29,880
바로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고

1099
01:06:31,400 --> 01:06:33,720
그러고 얼마지 않아

1100
01:06:33,800 --> 01:06:35,760
빨간색 공구 상자를 찾았어요

1101
01:06:35,840 --> 01:06:37,760
바닥에 놓여 있었는데

1102
01:06:39,680 --> 01:06:41,000
자물쇠가 잠겨 있었고

1103
01:06:41,080 --> 01:06:44,360
안에 뭐가 들었는지
꼭 확인하고 싶었죠

1104
01:06:44,440 --> 01:06:45,680
상자를 열자

1105
01:06:45,760 --> 01:06:48,360
칼이 나왔어요

1106
01:06:50,040 --> 01:06:51,040
책 한 권도 있었는데

1107
01:06:51,120 --> 01:06:54,840
책에는 목을 조르는 방법과

1108
01:06:54,920 --> 01:06:57,760
사람의 급소가
상세히 기술돼 있었어요

1109
01:06:57,840 --> 01:07:03,120
사람을 제압하거나 살상하는 데
유용한 정보들이었죠

1110
01:07:03,200 --> 01:07:04,040
"런던"

1111
01:07:04,120 --> 01:07:05,720
지도도 들어 있었는데

1112
01:07:08,720 --> 01:07:12,280
지도에는 낙서와 표시가
곳곳에 그려져 있었어요

1113
01:07:13,160 --> 01:07:15,640
당시엔 그게 뭘 의미하는지
전혀 알 수 없었어요

1114
01:07:18,520 --> 01:07:21,360
하지만 곧 그것들이
그간의 범행 현장을 특정하는 데

1115
01:07:21,440 --> 01:07:26,160
매우 중요한 단서가
될 거라고 생각했죠

1116
01:07:26,240 --> 01:07:28,840
낙서 중 하나가

1117
01:07:30,200 --> 01:07:32,400
계단과 비슷한 형태였는데

1118
01:07:33,960 --> 01:07:37,760
그게 혹시 히스필드 테라스가
아닐까 싶더군요

1119
01:07:40,280 --> 01:07:44,360
그리고 그 옆엔
'잠재 구역'이란 문구가 있었어요

1120
01:07:45,800 --> 01:07:48,920
표적을 노릴 장소로
표시해 둔 거였죠

1121
01:07:49,720 --> 01:07:52,040
28세 남성이 지난해 11월

1122
01:07:52,120 --> 01:07:56,200
미혼모 서맨사 비셋과 네 살 딸을
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

1123
01:07:56,280 --> 01:08:00,280
내퍼는 살인 혐의는 부인했지만
과실 치사 혐의는 인정했습니다

1124
01:08:00,800 --> 01:08:04,360
서맨사 살해범에 대한 선고는
오늘 오후 내려질 예정입니다

1125
01:08:05,600 --> 01:08:09,640
이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
서맨사가 외동딸이었다는 거예요

1126
01:08:09,720 --> 01:08:12,120
서맨사의 모친인 마거릿은

1127
01:08:12,640 --> 01:08:16,720
외손녀와 외동딸을 한꺼번에 잃고
슬픔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어요

1128
01:08:18,320 --> 01:08:20,880
딸을 잃는 것도 끔찍한데

1129
01:08:20,960 --> 01:08:22,800
손녀까지 함께 잃은 거잖아요

1130
01:08:24,080 --> 01:08:25,840
가족이 완전히 사라졌어요

1131
01:08:27,800 --> 01:08:30,120
너무 끔찍한 비극이죠

1132
01:08:30,200 --> 01:08:34,600
사건의 비극은
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

1133
01:08:35,120 --> 01:08:36,200
서맨사의 어머니는

1134
01:08:36,280 --> 01:08:39,760
내퍼가 법정에 서기 하루 전
세상을 떠나시고 말았거든요

1135
01:08:42,520 --> 01:08:45,480
그야말로 비극 중의 비극이었죠

1136
01:08:55,600 --> 01:08:57,040
그 후 어느 날

1137
01:08:58,480 --> 01:09:00,240
내퍼의 지도를 다시 봤어요

1138
01:09:01,880 --> 01:09:05,560
표식 대부분이
런던 남동부 쪽에 있었지만…

1139
01:09:07,360 --> 01:09:09,000
"리치먼드"

1140
01:09:09,080 --> 01:09:11,680
예외적으로 어떤 표식 하나가

1141
01:09:12,720 --> 01:09:14,680
플럼스테드에서 멀리 떨어진

1142
01:09:14,760 --> 01:09:17,160
런던 남서부 리치먼드 파크에
있는 거예요

1143
01:09:18,120 --> 01:09:20,040
이저벨라 플랜테이션이라고
불린 곳인데

1144
01:09:21,800 --> 01:09:26,280
윔블던 코먼에서
그리 멀지 않은 공터였어요

1145
01:09:26,360 --> 01:09:28,600
레이철이 살해된 현장과
가까웠던 거죠

1146
01:09:30,680 --> 01:09:32,760
"1994년 9월 14일
레이철 피살 2년 후"

1147
01:09:32,840 --> 01:09:35,960
스태그 씨는 지난 9월 처음으로
형사 조사를 받았으며

1148
01:09:36,680 --> 01:09:40,960
오늘 레이철 니켈 살해 혐의로
법정에 출석할 예정입니다

1149
01:09:46,680 --> 01:09:49,200
재판을 앞두고

1150
01:09:49,280 --> 01:09:53,160
앨릭스의 증언이 필요 없다며
경찰이 연락해 왔어요

1151
01:09:53,240 --> 01:09:56,640
아이가 상처받지 않아도 되니
한편으로는 안도했지만

1152
01:09:56,720 --> 01:09:58,200
또 다른 한편으로는

1153
01:09:58,280 --> 01:10:01,160
노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
우려도 들었어요

1154
01:10:04,720 --> 01:10:07,840
그리고 며칠 뒤
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죠

1155
01:10:08,360 --> 01:10:12,160
친구가 안부 전화를 걸어서는
소식에 상심이 크겠단 거예요

1156
01:10:12,240 --> 01:10:13,680
그래서 무슨 소식이냐고 했더니

1157
01:10:13,760 --> 01:10:16,040
아직 모르고 있었냐며

1158
01:10:16,120 --> 01:10:18,560
재판이 기각됐다고 하더군요

1159
01:10:20,000 --> 01:10:22,160
2년 전 윔블던 코먼에서

1160
01:10:22,240 --> 01:10:24,720
레이철 니켈을 잔혹하게
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

1161
01:10:24,800 --> 01:10:28,560
정식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
법정에서 풀려났습니다

1162
01:10:28,640 --> 01:10:30,240
정말 충격이었죠

1163
01:10:30,320 --> 01:10:34,000
오늘 중앙 형사 법원 판사가
경찰 수사 방식을 맹비난했습니다

1164
01:10:34,080 --> 01:10:38,400
법원은 레이철 니켈 살해 혐의도
전면 기각 했습니다

1165
01:10:38,480 --> 01:10:41,920
콜린 스태그가
장기 구금 끝에 석방됐습니다

1166
01:10:42,000 --> 01:10:45,240
스태그는 위장 수사에 의해
함정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

1167
01:10:45,320 --> 01:10:47,440
해당 수사 방식은
판사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으며

1168
01:10:47,520 --> 01:10:50,000
증거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

1169
01:10:50,080 --> 01:10:51,680
화가 났어요

1170
01:10:51,760 --> 01:10:55,840
그 증거가 충분하다고 보고

1171
01:10:55,920 --> 01:10:58,360
법정에서도 통할 거라 믿었던
그 결정 자체가

1172
01:10:58,440 --> 01:11:00,200
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었으니까요

1173
01:11:00,280 --> 01:11:03,600
그리고 또 한편으로는
그 증거를 모두 기각시킨 쪽도

1174
01:11:03,680 --> 01:11:05,400
지나치게 극단적인 판단을
내린 것 같았어요

1175
01:11:05,480 --> 01:11:07,560
정황 증거는 분명히 있었거든요

1176
01:11:07,640 --> 01:11:11,960
일각에서는 이런 의견도 있었어요

1177
01:11:12,040 --> 01:11:16,000
콜린 스태그의 유무죄 여부는

1178
01:11:16,080 --> 01:11:18,400
배심원이 판단해야 한다는 거였죠

1179
01:11:19,000 --> 01:11:20,800
하지만 그 단계까진
가지도 못했어요

1180
01:11:20,880 --> 01:11:25,600
윌리엄 클레그 변호인은
제임스 경관이 거짓말을 하고

1181
01:11:25,680 --> 01:11:28,160
성적 유혹으로
피고인을 꾀었다고 주장했습니다

1182
01:11:28,240 --> 01:11:29,760
오그널 판사는

1183
01:11:29,840 --> 01:11:33,920
경찰의 행위가
단순한 열의 과잉을 넘어

1184
01:11:34,000 --> 01:11:36,560
피의자를 범인으로 몰기 위한

1185
01:11:36,640 --> 01:11:40,080
노골적이고 기만적인
시도였다고 지적했습니다

1186
01:11:40,160 --> 01:11:41,200
우리는 실패했습니다

1187
01:11:41,720 --> 01:11:44,560
그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죠

1188
01:11:45,480 --> 01:11:49,200
'제 인생은 허술한 심리학 이론과'

1189
01:11:49,280 --> 01:11:52,160
'위장 수사를 벌인 여자 경찰관의
기괴한 성적 요구에 맞춰'

1190
01:11:52,240 --> 01:11:54,200
'꾸며 낸 이야기들로
망가졌습니다'

1191
01:11:54,280 --> 01:11:57,160
'판사도 인정했듯이
저에게 불리한 증거는 없었습니다'

1192
01:11:57,240 --> 01:11:59,920
'법의학적 증거도 자백도
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'

1193
01:12:00,000 --> 01:12:03,880
경찰 측이 콜린 스태그에게
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

1194
01:12:03,960 --> 01:12:05,320
폴 콘던 경은

1195
01:12:05,400 --> 01:12:08,640
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에겐
이미 사과했다고 대답했습니다

1196
01:12:09,680 --> 01:12:12,960
이번 사건에 대한
런던 경찰청의 수사 방식에 대해

1197
01:12:13,040 --> 01:12:16,600
어떤 사과도 하지 않겠습니다

1198
01:12:16,680 --> 01:12:19,520
수사관들의 판단을
전적으로 믿으며

1199
01:12:19,600 --> 01:12:23,320
이번 수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
제가 질 것입니다

1200
01:12:28,600 --> 01:12:31,400
모든 게 원점으로
돌아간 기분이었어요

1201
01:12:32,120 --> 01:12:35,920
살인범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고
저희에겐 아무런 보호도 없었죠

1202
01:12:38,320 --> 01:12:40,120
그걸 결정적으로 보여 준 건

1203
01:12:40,200 --> 01:12:42,880
런던 경찰청 수장인
폴 콘던의 발언이었어요

1204
01:12:42,960 --> 01:12:45,320
다른 용의자는 없다고 했거든요

1205
01:12:45,400 --> 01:12:48,240
현재 새로 확보된 정보나

1206
01:12:48,320 --> 01:12:50,880
추가로 수사할 단서는 없습니다

1207
01:12:53,040 --> 01:12:56,320
경찰은 콜린 스태그가
살인을 저질렀지만

1208
01:12:56,400 --> 01:12:57,800
법망을 빠져나갔다고 확신했어요

1209
01:12:58,840 --> 01:13:02,000
그런 모습을 보니
누구도 믿을 수 없더군요

1210
01:13:02,080 --> 01:13:06,600
제가 젊은 유색인이라는 이유로
다르게 대우받은 건 아닌가

1211
01:13:06,680 --> 01:13:09,840
그런 의심이 사라지질 않았어요

1212
01:13:11,320 --> 01:13:13,880
결국 제도에 대한 신뢰를
완전히 잃게 됐죠

1213
01:13:14,480 --> 01:13:16,680
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마무리는

1214
01:13:17,200 --> 01:13:21,080
우리가 스스로
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

1215
01:13:21,160 --> 01:13:25,120
세상은 우리를 대신해
아무것도 해 주지 않았으니까요

1216
01:13:37,480 --> 01:13:41,000
그 후로 오랫동안
아무런 진전도 없었어요

1217
01:13:43,000 --> 01:13:47,360
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서
달라진 게 없었죠

1218
01:13:52,080 --> 01:13:54,200
처음부터 우리 셋이었어요

1219
01:13:54,280 --> 01:13:55,120
"앨릭스 핸스컴"

1220
01:13:55,200 --> 01:13:58,960
아버지와 저
그리고 강아지 몰리요

1221
01:13:59,040 --> 01:14:01,280
그게 우리 가족의 전부였죠

1222
01:14:02,080 --> 01:14:05,400
아버지는 제가 모든 걸
이해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

1223
01:14:06,360 --> 01:14:08,000
어머니가 절 사랑했고

1224
01:14:08,600 --> 01:14:12,400
절 두고 떠나고 싶어 한 게
아니었다는 것도요

1225
01:14:13,760 --> 01:14:15,520
그래서 아버지와 저는

1226
01:14:15,600 --> 01:14:18,080
어머니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

1227
01:14:18,160 --> 01:14:20,320
과거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죠

1228
01:14:22,720 --> 01:14:26,800
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단 사실에
여전히 분노가 있었고

1229
01:14:26,880 --> 01:14:32,160
제가 아무리 노력해도
막을 수 없었다는 게 괴로웠어요

1230
01:14:35,840 --> 01:14:40,240
그렇게 어린 나이에

1231
01:14:40,320 --> 01:14:42,880
그런 악을 마주하면

1232
01:14:44,440 --> 01:14:47,440
세상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요

1233
01:14:47,520 --> 01:14:50,120
부모님이 아무리 잘해도

1234
01:14:50,200 --> 01:14:52,640
완전히 지켜 줄 순 없다는 걸

1235
01:14:52,720 --> 01:14:55,600
너무 일찍 알아 버린 거예요

1236
01:14:56,880 --> 01:15:00,000
앨릭스는 정말 다정한 아이였어요

1237
01:15:00,520 --> 01:15:03,120
늘 웃음이 많았죠

1238
01:15:04,520 --> 01:15:08,240
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
마음속에 분노가 자리 잡았어요

1239
01:15:08,320 --> 01:15:12,040
그리고 그 분노는
절 향해 있었어요

1240
01:15:13,520 --> 01:15:17,000
어린 시절 겪은 일들로
정말 많이 화가 났어요

1241
01:15:18,120 --> 01:15:21,840
상담 세션은
몇 주, 몇 달씩 이어졌고

1242
01:15:21,920 --> 01:15:25,000
가장 괴로웠던 건
그날로 계속 돌아가야 했단 거예요

1243
01:15:25,080 --> 01:15:26,920
그날 있었던 일을
반복해서 떠올리고

1244
01:15:27,000 --> 01:15:30,920
제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
지시받는 것도 싫었어요

1245
01:15:31,000 --> 01:15:34,600
아마 그게 오랫동안
제 안에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

1246
01:15:37,160 --> 01:15:39,400
앨릭스는 종종 문제를 일으켰어요

1247
01:15:39,960 --> 01:15:44,040
사소한 일들이었지만
경찰이 찾아온 적도 있었죠

1248
01:15:47,000 --> 01:15:51,400
어느 순간부터
아버지에 대한 존경이나 신뢰가

1249
01:15:51,480 --> 01:15:53,520
예전 같지 않았어요

1250
01:15:55,360 --> 01:16:00,120
아버지는 가족을
지켜야 하는 사람이잖아요

1251
01:16:02,080 --> 01:16:04,040
그런데 불행히도

1252
01:16:04,120 --> 01:16:06,680
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
그냥 놔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

1253
01:16:07,520 --> 01:16:11,920
그래서 사춘기 내내
아버지와 갈등이 많았죠

1254
01:16:14,680 --> 01:16:19,440
가족을 지키지 못했다는
엄청난 죄책감이 있었어요

1255
01:16:21,520 --> 01:16:23,120
제가 멍청했다는 생각도 들었죠

1256
01:16:23,200 --> 01:16:24,520
스스로가 바보 같았어요

1257
01:16:24,600 --> 01:16:30,240
지금의 우리는
제도와 기관에 기대 살아가지만

1258
01:16:30,320 --> 01:16:32,360
예전엔 그렇지 않았잖아요

1259
01:16:32,440 --> 01:16:34,400
서부 시대엔 스스로 법을 세우고

1260
01:16:34,480 --> 01:16:38,680
가족을 지키기 위해
어떤 일이라도 했어요

1261
01:16:39,960 --> 01:16:42,040
그런 생각이 절 괴롭혔어요

1262
01:16:43,000 --> 01:16:44,320
전 지켜 주질 못했으니까요

1263
01:16:44,920 --> 01:16:46,280
그랬으면 좋았을 텐데요

1264
01:16:54,720 --> 01:16:58,320
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

1265
01:16:58,400 --> 01:17:00,400
해가 바뀔 때마다 생각하게 돼요

1266
01:17:00,480 --> 01:17:05,560
어쩌면 이 일은
절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요

1267
01:17:11,120 --> 01:17:17,160
"10년 후"

1268
01:17:18,760 --> 01:17:21,320
"야수에게 살해당한 미녀
놈을 잡게 도와주세요"

1269
01:17:23,480 --> 01:17:29,280
2002년 무렵 레이철 니켈 사건은
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어요

1270
01:17:33,360 --> 01:17:38,320
경찰이 저와 제 팀을 찾아와
사건 재검토를 의뢰하더군요

1271
01:17:42,080 --> 01:17:45,440
신문 보도를 통해
잔혹한 사건인 건 알았어요

1272
01:17:45,520 --> 01:17:46,640
"앤절라 갤럽 박사
법의학자"

1273
01:17:47,440 --> 01:17:51,840
콜린 스태그가
한때 용의자로 지목됐다가

1274
01:17:51,920 --> 01:17:53,160
풀려난 일도 알고 있었죠

1275
01:17:53,240 --> 01:17:56,840
하지만 경찰은 여전히 스태그를
용의자라고 의심했던 것 같아요

1276
01:17:57,880 --> 01:18:01,920
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시선으로
사건을 다시 봐 주길 바랐어요

1277
01:18:02,000 --> 01:18:05,760
당시 확보된 증거들 가운데

1278
01:18:06,280 --> 01:18:08,080
레이철을 죽인 범인을

1279
01:18:08,160 --> 01:18:12,560
특정할 만한 단서가 남아 있는지

1280
01:18:12,640 --> 01:18:14,400
다시 검토해 달랬죠

1281
01:18:17,520 --> 01:18:21,720
접착테이프로 채취한 시료가
몇 개 있었어요

1282
01:18:22,520 --> 01:18:24,920
레이철의 시신에서 얻은 것으로

1283
01:18:25,000 --> 01:18:27,960
특히 신체의 은밀한 부위에서
채취한 것이었죠

1284
01:18:30,840 --> 01:18:33,400
그런데 우리가 확인한 바로
초기 감식 팀은

1285
01:18:33,480 --> 01:18:36,280
그 시료에서 DNA를
전혀 발견하지 못했더군요

1286
01:18:36,360 --> 01:18:40,440
하지만 그건 이상했어요

1287
01:18:41,240 --> 01:18:45,520
레이철의 세포가 묻어 있었다면
DNA가 다량 검출돼야 했거든요

1288
01:18:46,440 --> 01:18:48,800
제 생각엔

1289
01:18:48,880 --> 01:18:51,680
아마 시료 내 DNA 농도가
지나치게 높아서

1290
01:18:51,760 --> 01:18:55,480
분석 과정이 오히려
방해를 받았던 것 같아요

1291
01:18:55,560 --> 01:18:59,680
그래서 저희는 당연히
가장 먼저 재분석에 들어갔어요

1292
01:18:59,760 --> 01:19:02,280
이번엔 방식을 약간 달리해서요

1293
01:19:07,360 --> 01:19:10,560
예상대로 레이철의 DNA가
충분히 검출됐죠

1294
01:19:15,880 --> 01:19:19,080
그런데 그 속에서 미세한 양의
남성 DNA도 찾아냈어요

1295
01:19:22,320 --> 01:19:25,040
다만 그 양이 워낙 적어서

1296
01:19:25,120 --> 01:19:28,720
처음엔 그걸로 특정 인물을

1297
01:19:28,800 --> 01:19:31,360
정확히 식별할 수 있을지

1298
01:19:31,440 --> 01:19:35,600
확신이 서진 않았어요

1299
01:19:37,720 --> 01:19:41,040
그래서 완전히 새로운

1300
01:19:41,120 --> 01:19:42,800
고감도 분석 기법을 개발했어요

1301
01:19:43,680 --> 01:19:48,680
시료에서 얻은 극소량의 DNA를

1302
01:19:48,760 --> 01:19:52,840
대량으로 복제하는 방식이었죠

1303
01:19:52,920 --> 01:19:54,840
이걸 증폭 기술이라고 불러요

1304
01:19:54,920 --> 01:19:58,400
그러니까 원래 있던 양을
몇 배로 불려서

1305
01:19:58,480 --> 01:20:00,680
실제 분석이 가능한 수준까지
확보한 거예요

1306
01:20:01,880 --> 01:20:03,440
약 2년의 연구 끝에

1307
01:20:03,520 --> 01:20:08,160
이 기술을 실용화할 수준으로
완성할 수 있었죠

1308
01:20:11,000 --> 01:20:14,480
거기서 나온 정보를

1309
01:20:14,560 --> 01:20:17,160
데이터베이스에 대조하기 전에

1310
01:20:17,240 --> 01:20:19,360
먼저 콜린 스태그의 DNA와
비교해 봤어요

1311
01:20:20,000 --> 01:20:22,680
그리고 결과는 명확하게
불일치로 나왔죠

1312
01:20:24,880 --> 01:20:28,000
그래서 국가 DNA 데이터베이스에
입력해 봤더니

1313
01:20:28,520 --> 01:20:32,920
한 인물과 완벽히 일치한다는
결과가 뜬 거예요

1314
01:20:35,480 --> 01:20:37,000
어느 날 전화가 울렸어요

1315
01:20:38,200 --> 01:20:41,360
뜻밖에도 경찰이었죠
새로운 소식이 있다는 거예요

1316
01:20:41,880 --> 01:20:45,800
DNA가 일치하는 인물을
찾아냈다는 소식이었어요

1317
01:20:45,880 --> 01:20:47,920
그런데 경찰의 입에서

1318
01:20:48,000 --> 01:20:50,600
전혀 들어 본 적도 없는
이름이 흘러나오더군요

1319
01:20:52,200 --> 01:20:55,800
DNA 데이터베이스에서
일치한 이름은

1320
01:20:55,880 --> 01:20:56,840
"일치자 발견"

1321
01:20:56,920 --> 01:20:58,880
로버트 내퍼라는 사람이었어요

1322
01:21:06,200 --> 01:21:10,600
내퍼는 브로드무어 정신 병원에
이미 수용된 상태였고

1323
01:21:10,680 --> 01:21:14,280
또 다른 모녀 살해 사건의
가해자로 복역 중이었어요

1324
01:21:14,360 --> 01:21:16,080
"성범죄자, 여성과 네 살 딸
살해 혐의 인정"

1325
01:21:20,680 --> 01:21:23,280
그동안 진범은 따로 있었던 거예요

1326
01:21:24,360 --> 01:21:25,600
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

1327
01:21:25,680 --> 01:21:29,360
그저 상상이라고 믿었던 악몽이
현실이 됐어요

1328
01:21:29,440 --> 01:21:31,200
같은 사람이

1329
01:21:31,280 --> 01:21:33,680
같은 방식으로
또 다른 목숨을 앗아 간 거죠

1330
01:21:33,760 --> 01:21:35,360
또 한 가족이 그렇게 파괴됐어요

1331
01:21:38,360 --> 01:21:42,560
앨릭스가 살아남은 게
얼마나 큰 기적인지

1332
01:21:43,160 --> 01:21:45,840
서맨사와 재즈민의 일을 알고서야
새삼 깨달았어요

1333
01:21:46,680 --> 01:21:48,680
하루하루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죠

1334
01:21:48,760 --> 01:21:52,680
신의 은총이 있었기에
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었고

1335
01:21:52,760 --> 01:21:55,800
그 은총이 앨릭스를
지켜 준 거니까요

1336
01:22:09,800 --> 01:22:12,840
그날 밤 TV로
축구를 보고 있었어요

1337
01:22:15,280 --> 01:22:16,760
그런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군요

1338
01:22:17,280 --> 01:22:20,880
경기 놓치는 게 아쉬워서
사실 조금 짜증이 났어요

1339
01:22:24,320 --> 01:22:27,200
문을 열었더니
기자 두 명이 서서 하는 말이…

1340
01:22:27,880 --> 01:22:28,720
"콜린 스태그"

1341
01:22:28,800 --> 01:22:32,440
레이철 니켈 사건과 관련해서
경찰이 다른 남자를 체포했고

1342
01:22:32,520 --> 01:22:35,280
DNA 증거로
유죄가 입증됐다는 거예요

1343
01:22:35,360 --> 01:22:38,000
그래서 이렇게 말했죠
'1시간 뒤에 올래요?'

1344
01:22:38,080 --> 01:22:39,720
'축구를 보던 중이라서요'

1345
01:22:39,800 --> 01:22:42,120
그랬더니 알겠다면서
그대로 돌아가더군요

1346
01:22:43,600 --> 01:22:45,880
그 일이라면 신물이 났어요

1347
01:22:45,960 --> 01:22:48,040
거의 15년을 시달렸거든요

1348
01:22:48,120 --> 01:22:50,760
오늘 콜린 스태그는
경찰의 보호 아래 이동했습니다

1349
01:22:50,840 --> 01:22:53,680
레이철 니켈 사건의 그림자는
여전히 스태그를 따라다닙니다

1350
01:22:53,760 --> 01:22:55,080
제가 체포된 이후부터

1351
01:22:55,160 --> 01:22:58,320
언론은 사람들의
감정을 자극했어요

1352
01:22:58,400 --> 01:22:59,240
"안전한 여성은 없다"

1353
01:22:59,320 --> 01:23:01,880
'유죄다', '교수형에 처해라'
거리에서도 그런 말들이

1354
01:23:01,960 --> 01:23:03,360
심심치 않게 들려왔어요

1355
01:23:03,440 --> 01:23:06,600
스태그는 석방 이후에도
언론의 시선 속에서

1356
01:23:06,680 --> 01:23:08,280
불편한 주목을 받았습니다

1357
01:23:08,920 --> 01:23:09,880
하지 마요!

1358
01:23:11,040 --> 01:23:12,880
언론은 우리가
올바른 남자를 잡았지만

1359
01:23:12,960 --> 01:23:17,240
절차상의 문제로 풀려났단 식으로
계속 여론을 조성했어요

1360
01:23:17,320 --> 01:23:20,040
저는 그런 인식 속에 살아야 했죠

1361
01:23:20,560 --> 01:23:22,240
많은 이들이
스태그를 유죄로 여겼지만

1362
01:23:22,320 --> 01:23:26,360
유죄든 무죄든 그 근거를
직접 확인한 사람은 없었어요

1363
01:23:26,440 --> 01:23:29,720
오랫동안 유죄도 무죄도 아닌
애매한 상태로 살았던 거예요

1364
01:23:29,800 --> 01:23:32,720
15년이 지난 지금
한 남성이 기소됐습니다

1365
01:23:32,800 --> 01:23:34,800
새로운 피의자는
41세의 로버트 내퍼로

1366
01:23:34,880 --> 01:23:37,160
앞서 기소됐던 콜린 스태그는

1367
01:23:37,240 --> 01:23:40,720
경찰의 함정 수사로 인해
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

1368
01:23:41,320 --> 01:23:45,080
29살이 될 때까지
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어요

1369
01:23:45,160 --> 01:23:48,320
그래서 리지 제임스에게
편지를 받았을 때

1370
01:23:48,400 --> 01:23:51,480
그냥… 행복했어요

1371
01:23:51,560 --> 01:23:54,040
누군가 제게 관심을
가져 줬다는 것만으로요

1372
01:23:54,800 --> 01:23:59,400
콜린 스태그는 레이철 니켈 사건과
무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

1373
01:23:59,480 --> 01:24:00,760
"존 예이츠
치안감, 런던 경찰청"

1374
01:24:00,840 --> 01:24:03,360
1990년대 초 수사 과정에서
발생한 여러 실수에 대해

1375
01:24:03,440 --> 01:24:06,840
오늘 이 자리에서
콜린 스태그 씨에게 사과드립니다

1376
01:24:08,200 --> 01:24:11,400
사건이 터지기 전에도
자존감이 높지 않았어요

1377
01:24:11,960 --> 01:24:15,520
그런데 이 일 이후로
더 바닥을 쳤죠

1378
01:24:17,960 --> 01:24:19,640
그 뒤로는 늘 불안했어요

1379
01:24:19,720 --> 01:24:23,720
길을 걷다 마주친 여성을
무심코 쳐다보기라도 하면

1380
01:24:23,800 --> 01:24:26,680
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어요

1381
01:24:26,760 --> 01:24:28,640
누가 그걸 보고

1382
01:24:28,720 --> 01:24:30,840
제가 그 여자를
따라가는 줄 알까 봐요

1383
01:24:31,520 --> 01:24:33,320
그래서 생각했죠

1384
01:24:34,160 --> 01:24:37,280
'이제는 이게 내 인생이구나
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겠다'

1385
01:24:37,360 --> 01:24:39,920
'아무도 믿지 말자'

1386
01:24:45,440 --> 01:24:50,280
"2008년 12월 16일
내퍼 재판 이틀 전"

1387
01:24:50,360 --> 01:24:51,800
재판을 앞두고

1388
01:24:51,880 --> 01:24:53,920
담당 수사관 한 명이
제게 말했어요

1389
01:24:54,440 --> 01:24:57,000
'영국에 도착하면
드릴 말씀이 있습니다'

1390
01:24:57,520 --> 01:25:01,920
법정에 들어가기 전에
제가 알아야 할 게 있댔죠

1391
01:25:03,200 --> 01:25:06,360
그날 저녁 7시
헨던 경찰서에 들어섰어요

1392
01:25:07,920 --> 01:25:09,760
그분이 절 뒷방으로 안내하더군요

1393
01:25:11,320 --> 01:25:12,840
방 안에는 우리 둘뿐이었고

1394
01:25:12,920 --> 01:25:15,240
그분은 책상 위로
서류철을 내밀었어요

1395
01:25:15,720 --> 01:25:17,800
"기밀 자료"

1396
01:25:17,880 --> 01:25:20,000
그 안에 담긴 건

1397
01:25:20,080 --> 01:25:25,440
실수와 부주의로 가득한
수사 전반의 기록이었죠

1398
01:25:25,960 --> 01:25:27,680
처음부터 끝까지
혼란 그 자체였어요

1399
01:25:27,760 --> 01:25:28,960
"강간 미수"

1400
01:25:29,520 --> 01:25:30,360
"살인
발자국 확인"

1401
01:25:30,440 --> 01:25:32,080
정말 참담하더군요

1402
01:25:33,800 --> 01:25:36,720
다시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었죠

1403
01:25:37,520 --> 01:25:38,680
처음 전화를 걸었다가

1404
01:25:38,760 --> 01:25:41,960
레이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
듣던 그 순간과

1405
01:25:42,040 --> 01:25:44,520
앨릭스가 견뎌야 했던
그 고통의 시간들로요

1406
01:25:45,040 --> 01:25:46,760
우리는 그날 이후

1407
01:25:47,280 --> 01:25:50,040
매주, 매달, 매년
이 일을 이해하려 애써 왔어요

1408
01:25:51,760 --> 01:25:53,640
그런데 그 모든 게
한순간에 폭발한 거죠

1409
01:25:55,600 --> 01:25:58,560
그 서류를 보면
모두 막을 수 있었거든요

1410
01:26:06,520 --> 01:26:08,320
1989년 여름

1411
01:26:08,400 --> 01:26:10,560
레이철 니켈이 살해되기
3년 전이었어요

1412
01:26:10,640 --> 01:26:13,400
물론 서맨사와 재즈민이
살해되기도 전이었죠

1413
01:26:13,480 --> 01:26:17,600
연쇄 강간범이
여성들을 습격하기 시작했어요

1414
01:26:17,680 --> 01:26:19,520
일부 피해자는
아이들과 함께 있었죠

1415
01:26:20,200 --> 01:26:22,440
주로 범행이 일어난 곳은
그린체인워크 일대로

1416
01:26:22,520 --> 01:26:27,200
런던 남동부의 숲과
공원이 이어진 산책길이었고

1417
01:26:28,040 --> 01:26:32,440
비셋 모녀가 살해된 장소와도
그리 멀지 않았어요

1418
01:26:33,960 --> 01:26:36,360
"그린체인워크"

1419
01:26:36,440 --> 01:26:38,400
DNA 분석을 통해

1420
01:26:38,480 --> 01:26:40,480
연쇄 강간 사건의
용의자가 특정됐고

1421
01:26:43,040 --> 01:26:46,640
수배 전단을 본 두 시민이
경찰에 전화해

1422
01:26:46,720 --> 01:26:49,200
전단에 실린 몽타주가

1423
01:26:49,280 --> 01:26:51,600
로버트 내퍼와 닮았다고 제보했죠

1424
01:26:52,960 --> 01:26:56,520
당시 수사를 담당하던
형사 두 명이

1425
01:26:56,600 --> 01:26:59,320
내퍼의 주소를 찾아가

1426
01:26:59,400 --> 01:27:01,840
내퍼를 만나서
대화를 나눴다고 해요

1427
01:27:01,920 --> 01:27:06,240
내퍼는 용의선상에 올랐다는
사실을 통보받고

1428
01:27:06,320 --> 01:27:10,280
혈액 샘플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에

1429
01:27:10,360 --> 01:27:11,720
순순히 응했지만

1430
01:27:12,800 --> 01:27:14,960
정해진 날짜에
경찰서에 나타나진 않았어요

1431
01:27:15,560 --> 01:27:17,480
그래서 형사들이
다시 집을 찾았는데

1432
01:27:17,560 --> 01:27:19,640
내퍼는 짐을 싸고 떠난 뒤였어요

1433
01:27:21,120 --> 01:27:22,080
이미 사라지고 없었죠

1434
01:27:25,040 --> 01:27:26,120
그 후

1435
01:27:26,200 --> 01:27:29,160
피해자들의 진술에 나온 키보다

1436
01:27:29,240 --> 01:27:31,480
내퍼의 신장이 더 크다는 이유로

1437
01:27:31,560 --> 01:27:35,240
수사를 책임진 담당자들은

1438
01:27:35,320 --> 01:27:36,320
"사건 종료
용의자 제외"

1439
01:27:36,400 --> 01:27:40,640
내퍼를 용의자 명단에서
제외하기로 했죠

1440
01:27:42,320 --> 01:27:44,160
결국 아무 조치도
취해지지 않은 거예요

1441
01:27:46,680 --> 01:27:48,400
사실 지금도 이해가 안 가요

1442
01:27:52,280 --> 01:27:56,040
만약 내퍼가 약속대로
경찰서에 나와

1443
01:27:56,120 --> 01:27:57,760
혈액을 제출했다면

1444
01:27:57,840 --> 01:28:02,640
그린체인워크 연쇄 강간 사건의
범인으로 체포됐겠죠

1445
01:28:03,400 --> 01:28:04,840
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

1446
01:28:05,360 --> 01:28:07,320
그 결과는 참담했어요

1447
01:28:09,880 --> 01:28:12,680
그리고 그 서류철 안에는

1448
01:28:12,760 --> 01:28:15,920
절 완전히
무너뜨린 내용이 있었어요

1449
01:28:16,440 --> 01:28:17,480
"로버트 내퍼 - 타임라인"

1450
01:28:17,560 --> 01:28:20,640
1989년 9월 또는 10월 무렵

1451
01:28:20,720 --> 01:28:22,600
레이철이 살해되기 몇 년 전

1452
01:28:22,680 --> 01:28:25,680
로버트 내퍼의 어머니가
경찰에 신고했어요

1453
01:28:25,760 --> 01:28:29,680
아들이 플럼스테드 코먼에서
여성을 성폭행했다고 자백했댔죠

1454
01:28:30,720 --> 01:28:32,840
하지만 경찰은
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

1455
01:28:36,040 --> 01:28:37,400
그게 모든 걸 바꾼 분기점이었어요

1456
01:28:37,920 --> 01:28:41,240
그때 경찰이
어머니의 신고를 조사하고

1457
01:28:42,000 --> 01:28:43,920
내퍼의 혈액 샘플을 확보했다면

1458
01:28:44,000 --> 01:28:47,760
이후에 일어난 모든 사건을
막을 수 있었겠죠

1459
01:28:48,720 --> 01:28:51,320
앨릭스가 목격한 그 끔찍한 공격도

1460
01:28:51,840 --> 01:28:53,600
레이철의 죽음도

1461
01:28:55,640 --> 01:28:58,440
서맨사와 재즈민의 죽음까지도
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

1462
01:28:59,760 --> 01:29:03,560
경찰이 제 역할을 했다면
진작 거리에서 사라졌을 테니까요

1463
01:29:05,200 --> 01:29:08,200
오늘 오랫동안 미제로 남았던
한 살인 사건이

1464
01:29:08,280 --> 01:29:10,280
마침내 해결됐습니다

1465
01:29:10,360 --> 01:29:13,160
윔블던 코먼에서 레이철 니켈을
잔혹하게 살해한 남성이

1466
01:29:13,240 --> 01:29:16,480
16년 만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

1467
01:29:18,560 --> 01:29:20,480
로버트 내퍼가 유치장에서 나와

1468
01:29:20,560 --> 01:29:22,840
이곳 중앙 형사 법원
제1 법정의 피고석에 섰습니다

1469
01:29:22,920 --> 01:29:24,680
내퍼는 잿빛 얼굴로

1470
01:29:24,760 --> 01:29:27,120
레이철 니켈의 부모님이
지켜보는 가운데

1471
01:29:27,200 --> 01:29:29,880
마침내 범행을 자백했습니다

1472
01:29:29,960 --> 01:29:32,440
앤드리, 지금 당신 배만…

1473
01:29:35,920 --> 01:29:38,440
오늘의 자백으로
런던 경찰청 역사상

1474
01:29:38,520 --> 01:29:42,320
가장 오명으로 남은 사건이
공식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

1475
01:29:43,160 --> 01:29:45,720
내퍼를 더 일찍 검거해
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고

1476
01:29:45,800 --> 01:29:47,120
경찰은 인정했습니다

1477
01:29:47,200 --> 01:29:49,240
경찰이 다른 방식으로
수사를 진행했다면

1478
01:29:49,320 --> 01:29:52,080
레이철 니켈과
서맨사, 재즈민 비셋은

1479
01:29:52,160 --> 01:29:53,680
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

1480
01:29:53,760 --> 01:29:56,640
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
또 그래야 했습니다

1481
01:29:57,600 --> 01:30:01,960
그랬다면 내퍼가 저지른 이 사건과

1482
01:30:02,040 --> 01:30:05,120
그 밖의 중대한 범죄들을
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

1483
01:30:21,680 --> 01:30:23,640
우리는 어릴 때부터
동화를 들으며 자라요

1484
01:30:25,960 --> 01:30:29,080
숲속으로 들어가지 말라는
경고와 함께요

1485
01:30:29,160 --> 01:30:32,440
숲에는 어둠과 괴물
그리고 위험이 있다고 배웠죠

1486
01:30:33,720 --> 01:30:35,440
하지만 현실은 동화가 아니에요

1487
01:30:35,960 --> 01:30:38,000
세상에는 실제로 악이 존재해요

1488
01:30:43,480 --> 01:30:47,920
저는 그 사실을
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

1489
01:30:49,920 --> 01:30:54,440
이유를 알 수 없는 게
가장 혼란스러웠어요

1490
01:30:54,520 --> 01:30:57,440
신에게 분노하게 되더군요

1491
01:30:58,600 --> 01:31:01,040
왜 착한 사람들에게
이런 일이 생기는지

1492
01:31:01,120 --> 01:31:03,360
아무 설명도 없으니까요

1493
01:31:06,400 --> 01:31:08,080
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

1494
01:31:08,160 --> 01:31:13,160
레이철의 아이가
이 모든 걸 견뎌 내고

1495
01:31:13,240 --> 01:31:14,880
최선을 다해
살아가게 하는 거였어요

1496
01:31:16,920 --> 01:31:21,440
사람이 함께 시련을 겪게 되면

1497
01:31:21,960 --> 01:31:25,560
그 일로 무너져 내려
서로를 잃을 수도 있고

1498
01:31:25,640 --> 01:31:28,720
반면에 그만큼
더 깊이 이어질 수도 있어요

1499
01:31:29,760 --> 01:31:32,400
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
매듭을 지어야 했어요

1500
01:31:32,480 --> 01:31:35,480
돌이켜보면 그게 오히려
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해요

1501
01:31:35,560 --> 01:31:37,880
그리고 마침내 깨달았죠

1502
01:31:37,960 --> 01:31:39,600
결국 남은 선택지는

1503
01:31:39,680 --> 01:31:42,000
모든 걸 받아들이고
평화를 찾는 것뿐이라는 걸요

1504
01:31:45,800 --> 01:31:50,600
제 부모님은
영혼의 존재를 믿었어요

1505
01:31:51,560 --> 01:31:56,000
어머니는 늘 제 곁에 있고
어디에 가든 함께할 거라고요

1506
01:32:01,040 --> 01:32:05,600
아버지는 저와 당신의 신념을 위해
모든 걸 바치셨어요

1507
01:32:06,120 --> 01:32:09,400
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
아무도 알 수 없었죠

1508
01:32:12,520 --> 01:32:17,120
그래도 옳다고 믿는 일을
끝까지 해내셨어요

1509
01:32:19,320 --> 01:32:21,680
그 용기에 대해
저는 평생 감사할 겁니다

1510
01:33:43,640 --> 01:33:46,680
자막: 임지아



